김승옥씨 절필 18년만에 산문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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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소설가 김승옥 (金承鈺.57) 씨가 문예지에 드디어 원고를 발표했다.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한창일때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는다며 일간지에 연재하던 소설에서 손을 뗀이래 김씨는 그동안 줄곧 글쓰기를 '거부' 해왔다.

1960년대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등을 발표하며 선배세대와 감수성과 문체.주제면에서 확실하게 선을 그었던 김씨의 절필상태는 문학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해왔다.

한국현대소설의 큰 손실로 볼수 있는 김씨의 절필상태를 깨기위해 많은 문예지.잡지 편집자들이 여관에 '연금' 시키면서까지 집필을 종용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 글은 쓸수 있겠노라' 며 청탁에는 응하나 번번이 펑크내고 말아 김씨는 문단에서는 원고받기 가장 힘든 사람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의 문학' 편집팀이 편집실에 새벽 4시까지 가둬두고 원고를 완성케해 겨울호에 산문 2편을 발표하기에 성공한 것. '시내산에서' '뤼순감옥에서' 등 성지순례와 안중근의사의 마지막 발자취를 좆는 기행산문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상상력으로 쓴 작품들이 더 실제에 근접해 있고 더 극적 완성도가 높을 수 있다는 예는 얼마든지있지만, 작가 자신은 아무래도 뿌리 없는 플라스틱제 나무를 볼때 느끼는 공허감을 작품에 대하여 평생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진정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웠던가 하는 것이 하느님의 그 철저한 사랑을 오히려 두려워하는 우리들에게 다소나마 위로가 될 것 같다는게 원고지를 대하는 내 자신에 대한 위로가 될 것이다.

"절필의 변으로 읽힐수 있는 '시내산에서' 의 마지막 구절이다.

독실한 기독교신자로서 '하느님의 진정' 으로 글을 섬기고 있으니 그 글이 쉽게 씌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김씨는 "이번 문예지 발표를 앞으로 소설쓰는 계기로 삼겠다" 고 말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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