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영화계 핫이슈마다 적극 발언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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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문성근 (45) 이 요즘 '수상' 하다.

지난 9월엔 이창동.명계남.박광수.신철 등의 영화인들과 '아이찜 시나리오 창작기금' 이라는 별난 공모전을 마련했다.

스크린쿼터제 문제가 불거졌을땐 인터넷 (중앙일보 영화사이트 gocinema.joongang.co.kr)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더니 얼마전 방송에서 마련한 '등급외전용관' 을 주제로 한 토론에도 옵저버로 참여했다.

그뿐인가.

지난 18일엔 또 명계남.유인택 (기획시대 대표).김혜준 (영화연구소 실장) 등과 함께 영화인들의 열린모임 '충무로포럼' 을 만들었다.

24일 서울양재동 영상벤터빌딩 2층 강당에서 처음 열린 이 자리엔 1백여명이 넘는 그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보던 그의 모습, 그리고 행사전에 그가 밤새워썼다는 빽빽한 활자의 넉장짜리 스크린쿼터 관련 '인쇄물' …. 그런 모습에서 그의 아버지 문익환 목사 (94년 작고) 의 모습이 겹쳐 보인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그러다가 '정치적인 배우' 라는 호칭을 받겠다고 말을 걸자 그가 먼저 아버지 얘기를 꺼낸다.

"나는 내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데 남들은 나를 '운동권' 처럼 보기도 하는 것 같다. 70~80년대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았다. 무슨 성명서 발표가 있는 날이면 아침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 이름을 빼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 무섭고 섬뜩한 기억이다. 하지만 난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과연 난 얼마나 위선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때문에 작은 봉사단체에서 참여요청을 받아도 피해다니기도 했다. " 하지만 그는 올해 생각이 바뀌는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위선적이냐, 아니냐하는 문제로 자신을 학대하기보단 어떤 모임이든, 일이든 방향이 옳다면 '참여' 하고 '발언' 하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스크린쿼터 얘기가 나왔을때 누군가 '한국영화 재미있게 만들면 되지!'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난 정말 화가 났다. 장기적 안목과 경제적 접근에서 난 스크린쿼터제 폐지에 반대한다. 그건 국내 배급망에 대한 미국 직배사 장악과 직결되는 문제고, 우리 영화산업의 존폐와 관련된 문제다. " 영화법이나 스크린쿼터 얘기가 나오면 그는 몇시간이고 토론을 벌일 태세다.

배우가 아니라 영화운동가같은 자세다.

'경마장 가는길' '꽃잎' '생과부위자료청구소송' 등에서 보여준 다양한 그의 모습이 정말 낯설게 여겨진다.

"자신이 인상깊었던 한 장면만을 정사진으로 찍어놓고 그 틀에서 벗어나는 배우를 보면 화를 내는 관객들이 있다. 나는 작품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야유.시비.조롱을 받더라도 그 역에 도전할 것이다. " 요즘 유난히 바빠지고 얼굴이 심각해진 그의 움직임 뒤에서 만난 것은 "연기를 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고 말하는 배우 문성근이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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