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정상외교 설명회 대화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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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23일 박준규 (朴浚圭) 국회의장.윤관 (尹관) 대법원장.김종필 (金鍾泌) 총리 등 3부요인과 국민회의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자민련 박태준 (朴泰俊) 총재.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 등 여야 정당 대표를 청와대 오찬에 초청, 이번 순방외교와 한.미 정상회담 성과 등을 설명했다.

당초 의례적인 차원의 회동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북한 핵문제와 재벌개혁 문제 등을 놓고 金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간에 열띤 토론이 있었다.

그럼에도 서로 농담이 오가는 등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이회창 총재 = 북한의 핵시설 의혹과 관련, 대통령은 (핵관련 시설이란) 분명한 결론이 날 때까지 신중한 입장을 취하자는 쪽이다.

그러나 미국은 지하시설에 대한 현장 접근이 안되면 제네바합의를 파기하려는 입장이다.

입장에 차이가 난다.

우리는 분명한 결론이 날 때까지 (조치를 취하는 일을) 안하려는 것인가.

괴선박 출몰사건과 관련, 대통령은 10시간이 지나도록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안보에 허점이 있지 않나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

한.미간에 철저한 공조를 통해 의견차가 없음이 확인돼 안심하면서도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측면을 유의해 달라. 재벌개혁이라는 점에서는 대통령의 입장과 기본적으로 같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상황, 우리의 필요에 따라 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이 신속한 개혁을 요구한다 해서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金대통령 = 북한의 지하시설에 대한 접근 확인 결과 핵관련 시설이라고 확인되면 폐쇄를 요구할 것이다.

만약 폐쇄를 거부하면 중대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에 앞서 현장접근을 끝내 거부한다면 이 문제를 심각하게 한.미간에 논의할 것이다.

현재는 핵시설이란 증거가 없고 카트먼 특사도 그렇게 얘기했다.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도 현장접근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을 하되 3억달러를 내라는 것이다.

우리가 막대한 돈을 들여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사업을 하고 있는 것도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지킬 때 가능한 것이다.

북한도 보여줘야 한다.

돈 내라고 해서는 안된다.

그 문제는 (미.북간에) 11월말에 다시 논의키로 했으니 그 때 대책을 세우고 워낙 중요한 문제니 야당과 협의해 결론을 내리겠다.

◇ 임동원 (林東源) 외교안보수석 (보충설명) =북한 지하시설은 흙이 너무 많이 나와 혹시 핵시설을 넣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정보를 한.미간에 공유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판단으로는 그곳에 핵시설을 넣는데 약 6년이 걸린다고 한다.

미국은 그것을 못하도록 예방하자는 것이다.

한.미 공히 더 중요한 것은 제네바합의 전에 북한이 가동중단한 핵시설을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깨고 다시 가동했을 때다.

그럴 경우 북한은 6주만에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6년보다 6주가 더 중요하다.

어느 것이 더 급한가.

이런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부각돼서는 안된다.

◇ 金대통령 = 우리는 전쟁을 막는 준비를 해야 하고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피해를 줄이는 준비를 해야 한다.

◇ 林수석 = 간첩선 문제는 국방부 조사가 대통령이 도착한 날 (20일) 오후 7시에 정확히 끝났다.

홍콩 출발 전에 내가 보고받았지만 어떤 물체가 레이더에 잡혀 판단을 못하는 상황이기에 확인후 보고하려고 보고를 안했다.

◇金대통령 = 어쨌건 현장대처가 부족했다.

안개가 심했지만 여러시간 동안 나포를 못한 것은 문제다.

보완이 필요하다.

재벌구조조정은 미국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요구한다.

5대 재벌의 개혁이 부족하다고 세계가 생각한다.

중소기업은 돈이 없는데 5대 재벌은 회사채 등으로 시중자금의 80%를 가져간다.

IMF하에서 5대 재벌의 재산은 늘고 있다.

◇강봉균 (康奉均) 경제수석 = 재벌개혁은 외국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재벌을 살리자는 것이다.

박태준 총재 = 빨리 개혁을 해야 우리 경제가 안무너진다.

◇金대통령 = 미국이 원해서가 아니라 현실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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