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원화가치가 방향을 튼 것은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달러화 강세 때문이다. 이는 7월 실업률이 개선되는 등 미국의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통상 한 국가의 경제가 좋아지면 통화도 강세를 보인다. 그러나 미국 경기와 달러화는 금융위기 이후 다른 패턴을 보여 왔다. 미국 경기의 회복 신호는 달러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약화시켜 달러 약세를 유발했던 것이다.
산은경제연구소 최호 수석연구원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2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정책 금리를 결정한다. 물론 이번에 FRB가 현재 0%인 정책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은 없다. 그러나 FRB가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국의 경기 회복세를 다시 확인하고, 금리 인상으로 대표되는 출구전략의 방향을 구체화할 가능성은 있다. 결국 멀지 않은 장래에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시장이 확신한다면 이는 곧 달러화의 강세로 연결되는 것이다. 정책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오르면 금리 차이를 이용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달러화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해외 은행들이 달러를 사들이고 원화를 팔고 있는 것도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12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진이 21일(거래일 기준) 만에 멈춘 것도 원화가치의 하락을 부추겼다.
문제는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화가치의 하락세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이냐다. 한국경제연구원 안순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아직도 불안 요인이 많다”며 “몇 차례에 걸쳐 일시적인 달러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론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유럽이나 일본 등도 금리를 올릴 수 있어 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화 강세 요인도 희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