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공부] 내 입에 맞는 고등학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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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복수지원 금지와 자율형사립고 신설, 고교선택제 시행으로 올해 고교입시는 한층 복잡해졌다. 사진은 고교 지원을 앞두고 고민 중인 임나래·장석진·조혜윤 학생(왼쪽부터). [사진 = 황정옥 기자]

사례 1 조혜윤(15·신광여중 3)양은 이번 고교 입시에서 국제고와 외고 지원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3학년 1학기까지 과목 석차 백분율 2.1%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부터 특목고 복수 지원이 불가능해지면서 어떤 학교에 지원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외고에 지원하자니 영어 듣기평가 실력이 부족하고,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국제고에 지원하자니 “국제고에 내신 우수자가 몰릴 것”이라는 소문이 발목을 잡는다. 조양은 “1~2년 선배들은 내신 5% 내에만 들면 여러 학교에 지원해 골라 갔다고 들었는데 입시정책이 바뀌면서 특목고 지원이 더 힘들어졌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사례 2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자립형 사립고와 과학고를 동시에 준비해 왔던 장석진(15·강신중 3)군. 최근 과학고 입시를 포기하고 전주 상산고 입시에만 몰두하기로 했다. 중학교 시절 꾸준히 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하면서 수학에 자신 있었던 장군이지만 내신 1%대의 수학·과학 능통자들이 과학고에 몰릴 경우 자립형 사립고에는 원서조차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감이 작용해서다. 과학고 입시에 모험을 거느니 ‘수학과목 전교 1등’이라는 성적을 앞세워 수학특기자 전형으로 전주 상산고에 지원하는 편이 낫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오랫동안 키워왔던 ‘과학고’ 꿈은 물거품이 됐다.

사례 3 2학년 1학기 11.9%, 2학년 2학기 7.7%, 3학년 1학기 11.1%. 임나래(15·화원중 3)양의 중학교 내신 석차 백분율이다. 중1 때부터 김포외고를 염두에 두었던 터라 외고 입시 지역제한제는 임양에게 치명타였다. 그는 “내신이 좋지 않아 경기도권 외고를 지원하려고 했는데, 지역제한 때문에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며 “서울권 외고 커트라인까지 높아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3학년 1학기까지 10% 초반대의 내신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임양은 요즘 “외고에 떨어지느니 자율형 사립고에 지원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2010학년도 고교 입시 변화 때문에 생겨난 수험생들의 고민이다. 올해 입시부터 특목고 지역제한제와 복수 지원 금지방안이 시행되고, 자율형 사립고 신설, 후기 일반계고 고교선택제 실시 등 많은 변화가 생겼다. 수험생들은 전기모집에서 한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다. 전기모집에 해당하는 학교는 외고와 과학고·예고 등 특목고와 국제고, 올해 신설되는 자율형 사립고 등이다. 지난해까지는 특목고별·지역별로 전형시기가 달랐기 때문에 여러 학교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한 학교에만 지원해야 한다. 지원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학교마다 내신 반영비율을 높였다. 청솔학원 오종운 평가소장은 “외고에서는 교과형 구술면접 폐지와 영어 듣기평가 난이도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는 등의 변화 때문에 내신성적이 당락을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기모집에서 과학고는 내신 1~2% 이내, 자립형 사립고 3~5%, 국제고 3~4%, 외고의 경우에는 7~8%대의 내신성적은 돼야 합격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는 3학년 내신비율이 50% 이상이기 때문에 3학년 내신관리가 중요하다. 올해 첫 신입생을 선발하는 자율형 사립고(서울 13개, 부산 2개, 광주·대구·충청 각 1개)는 내신성적 50% 이내까지 지원자격이 주어지며 지원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하늘교육 임성호 기획이사는 “내신 10%대의 학생이라면 차라리 자율형 사립고에 진학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지역에서는 고교선택제 도입으로 후기 일반계고 선발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학교 선택은 3단계로 이뤄지며 학생은 최대 4곳의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1단계에서는 거주지에 상관없이 서울 전 지역 고교 중 2곳에 지원할 수 있다. 지원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학교 정원의 20%를 배정한다. 2단계에서는 거주지 내 학교군 2곳을 선택할 수 있고 학교별로 정원의 40%를 선발한다. 1·2단계에서 배정되지 않은 학교별 모집정원의 40% 학생들은 3단계에서 통학 거리와 1·2단계 지원사항, 종교 등을 고려해 배정한다. 후기 지원자는 원묵고와 구현고 등 개방형 자율학교에도 지원할 수 있다.

글 = 최석호 기자
사진 =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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