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이 짧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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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만리장성 (萬里長城) 이 짧아진다.

중국의 대표적 상징인 만리장성이 비바람에 깎이고 사막화로 없어지는가 하면 댐건설로 아예 수몰되는 등 자연의 힘과 인간의 관리소홀로 그 길이가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는 비운을 맞고 있다.

중국의 만리장성 전문 학술연구단체인 장성학회 (長城學會)에 따르면 장성은 랴오닝 (遼寧) 성 단둥 (丹東)에서 시작, 간쑤 (甘肅) 성 위먼 (玉門) 까지 약 1만4천5백리. 중국의 1리는 0.5㎞에 해당하므로 무려 7천2백50㎞의 길이다.

그러나 최근 장성학회는 명 (明) 대에 수축된 만리장성중 옛 위용을 자랑하는 곳은 전체의 5분의3 정도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나머지 5분의2, 즉 2천9백㎞구간은 관리소홀로 이제는 제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장성학회의 둥야오후이 비서장은 "훼손은 장성 전체에 걸쳐 진행되고 있지만 특히 랴오둥 (遼東) 진 9백㎞ 구간은 현재 그 일부만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로 사라졌다" 고 말했다.

또 닝샤 (寧夏) 의 회족 (回族) 자치구 구위안 (固原) 진 5백㎞ 구간도 이젠 잔재만 남아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연적 요인은 첫째가 사막화. 간쑤성과 닝샤 회족 자치구, 산시 (陝西) 성 등 서북부 지역에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이 지역의 장성이 바람에 실려온 모래에 묻혀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풍화작용도 심각하다.

비바람에 깎이고 장성에 스며든 수분이 계절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며 장성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나무뿌리가 장성에 파고들어 성을 밑바닥부터 허물기도 한다.

관리소홀 등 인위적 요인도 무시할수 없다.

청 (淸) 대 이후에는 잦은 전란과 주민들의 무지가 겹쳐 훼손이 가속화됐다.

특히 과거에는 장성의 가치를 몰라 함부로 다뤘던 주민들이 최근 그 가치를 알게 된 이후 나중에 큰 돈이 될 것으로 생각해 장성의 돌 일부를 떼가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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