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잇단 회복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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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과연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것인가.

반도체 일원화를 둘러싼 현대전자 - LG반도체간 줄다리기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세계적인 조사기관들이 메모리 반도체 경기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 관련 회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전망을 배경으로 '반도체 빅딜 무용론 (無用論)' 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조금 회복될지는 몰라도 성장폭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공급과잉 상태도 당분간 지속돼 수익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지나친 낙관론' 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 낙관론이 높아지고 있다 = 데이터퀘스트와 IDC.인스태트 등 유수의 조사기관들은 국내 업체들의 주력품목인 D램 세계시장이 내년에는 1백58억~2백69억달러에 이르러 올해보다 24~30% 이상 성장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세계반도체단체협의회 (WSTS) 도 내년에는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돼 시장이 14% 정도 커지고 2001년까지는 성장률이 연평균 22%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시장규모가 지난해보다 35% 정도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MS) 사의 윈도98 운영체제와 인텔의 중앙처리장치 (CPU) 인 펜티엄Ⅱ가 결합된 PC가 내년부터 주력상품으로 자리잡으면서 고속.대용량 D램 메모리의 수요가 크게 늘 것이란 게 이런 전망의 배경. 또 지금은 PC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이 평균 16메가바이트 수준이지만 내년부터는 32메가~64메가바이트로 커지면서 D램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공급측면에서는 지난 95년만 해도 연간 60개에 달했던 신규 D램 공장이 지난해는 17개, 올해는 8개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투자가 급격히 위축된 데다 일본.유럽 업체들도 축소경영에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의 과잉공급 현상이 해소되면서 값도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 만만찮은 신중론 = 우선 외부요인으로 경제위기로 동남아 시장이 워낙 침체된 데다 D램 반도체의 주 수요처인 PC시장도 포화상태라 큰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내년 경기가 바닥세인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 확실하지만 지난 95년과 같은 폭발적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신규투자가 줄긴 했지만 대신 생산성이 높아져 당분간은 공급과잉 상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 산업연구원 주대영 (朱大永) 박사는 "투자는 축소됐지만 국내업체들의 생산성이 개선돼 내년에도 공급이 10% 정도 과잉상태를 유지할 것" 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D램 가격이 뛰는 것도 최대 호황기인 크리스마스시즌을 앞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 세계적 조사기관인 IDC도 회복을 예상하면서도 내년도 세계 D램공급량 (16메가D램 기준) 을 올해 (47억개) 보다 70%나 늘어난 75억개로 예측해 공급과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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