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애리조나 주지사등 빅5 우먼파워 석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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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그랜드 캐니언의 본고장 미 서부 애리조나주의 여성들이 중간 선거에서 주정부 선출직 상위 5개 자리를 모두 휩쓸어 '여인 천국' 을 건설했다.

여성들이 경쟁자인 남성들을 제치고 차지한 자리는 주지사를 비롯, 주 국무장관.법무장관.재무장관.교육장관으로 주정부 서열 1~5위까지. 여성들이 주의 실세로 등장한 것이다.

선출직 7개 자리 가운데 지방자치위원과 광산감독관에만 남성들이 명함을 들이밀었을 뿐이다.

공화당 후보로 나선 제인 헐 (63) 현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60%의 지지를 획득, 36%에 그친 민주당의 폴 존슨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따돌렸다.

그녀는 주지사 재임중 아동학대금지 분야에 열성을 보인 것이 점수를 딴데다 이번 선거전에서는 소득세.자동차세 감면, 범죄소탕, 자연보호 등을 내세워 여성과 남성 유권자들에게 고른 지지를 얻고 가볍게 당선됐다.

헐 지사는 산부인과 의사 남편과의 사이에 4명의 자식과 8명의 손자를 두었으며 89~92년까지 두차례나 주하원의장을 지낸 관록파. 95년 주국무장관으로 선출됐다가 파이프 시밍턴 전 지사가 독직사건으로 물러나게 되자 97년 주지사직에 올랐다.

애리조나주는 부지사가 없어 국무장관이 주정부의 2인자다.

그 자리에 베트세이 베일리스 현 장관이 당선됐고 법무장관에는 재닛 나폴리타노 전 연방검사, 재무장관에는 캐롤 스프링어, 교육장관에는 리사 그레이엄 키건 현 장관이 재선됐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출신인 나폴리타노 법무장관을 빼고 모두 공화당 출신. 나폴리타노는 공화당의 톰 맥거번 후보를 3%포인트 차로 제치고 법무장관 겸 주검찰총장이 됐다.

이처럼 여성들이 기염을 토하자 헐 지사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훨씬 타협적이어서 매사 합의에 이르기 쉽다" 며 주정부 운영에 강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여성들의 애리조나 주정부 장악에 대해 미 여성계는 한마디로 "새로운 역사가 창조됐다" 며 고무돼 있다.

랏거스대 여성정치센터의 데비 웰시 연구원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어려운 일을 해냈다" 고 기뻐했다.

하지만 정작 애리조나주 내에서는 여성 정치인들의 실세 등장을 그리 놀랍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다.

5명 모두 정치신인이 아니라 주의 다른 공직을 지내 잘 알려진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랜드 캐니언의 험준한 지형과 카우보이들 속에서 거칠고 보수화된 애리조나 남성들을 여성 정치인들이 어떻게 이끌어갈지 미 전역이 주목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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