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페스티벌' 5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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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오페라 주역 여가수인 프리마돈나를 가리켜 디바 ( '여신' 이라는 뜻) 로 부를 정도로 성악가의 위세가 높던 시대가 있었다.

기교를 뽐내기 위해 작품을 뜯어 고친 일도 많았다.

성악가의 시대가 끝난 후에는 지휘자들이 군림했다.

하지만 지금은 연출가의 시대. 무대장치도 최소한으로 생략하고 조명과 색채로 무대를 이끌어 나간다.

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98 오페라 페스티벌' 은 국내 최초의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신인들의 데뷔무대일 뿐만 아니라 국내 오페라 50년사에서 '연출가 시대' 의 개막을 알리는 서곡이다.

지금까지는 성악가들이 무대에 대한 열정 하나로 오페라 단장도, 연출도 맡고 무대에 서기도 했지만 이번 페스티벌은 처음부터 연출가들이 주도해왔다.

'라보엠' '리골레토' '카르멘' 등 3편 모두 단골 레퍼토리라는 점에서 작품 자체보다 새로운 연출기법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오페라 보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연출가 김석만 (카르멘).이소영 (라보엠).장수동 (리골레토) 등이 펼치는 '3인3색' 의 연출 노트를 미리 들여다 보자.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은 극단 연우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연극계의 베테랑. 오페라는 이번 공연이 데뷔작이다.

그의 연출 구상은 카르멘에게서 19세기 스페인의 집시가 아닌 현대적 여성상을 발견하는 것. 무대장치.의상.조명을 과감히 생략하는 미니멀리즘의 요소를 도입해 음악에 더 집중하면서 등장인물의 성격을 부각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소극장 오페라는 물론 대형 오페라 연출도 맡아온 장수동은 '리골레토' 에서 정통 오페라 무대를 고집하면서도 원작에는 없는 광대극 (1막) 을 삽입했다.

음향 전달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대를 전면 배치했고 높은 천정을 원형으로 에워싸 음향판 구실을 하도록 했다.

30대 연출가로 주목받고 있는 이소영은 '라보엠' 의 시대적 배경을 왕정복고 시대인 1840년대에서 아르 누보의 시대인 1900년경으로 옮겼다.

세기말의 허무와 새로운 세기에 대한 희망이 교차하는 요즘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창작열을 불태우는 다락방 (1막) 과 모무스 카페 (2막) 를 같은 건물의 1, 2층으로 설정, 막간 무대이동 없이 속도감 있는 무대를 보여줄 계획. 배경을 모노톤으로 처리해 도회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대 디자인을 도입했다. 이 페스티벌은 29일까지 계속된다.

공연개막 평일 오후7시30분, 일요일 오후3시30분.

02 - 580 - 1234.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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