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지단체도 속인 가짜 ‘MB 시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지난해 7월부터 서울 종로 일대 노점에서는 ‘특별한 시계’가 판매됐다. 봉황과 무궁화 문양, 이명박 대통령 친필 사인까지 들어 있는 짝퉁 대통령 손목시계였다.

시계 판매상을 하던 이모(62)씨는 인근 상인들과 함께 대통령 시계 제작팀을 꾸렸다. 대통령 휘장과 사인 문양은 청와대와 계약한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하도급 업체를 통해 빼내 위조했다. 개당 1만원짜리 시계를 구입한 뒤 휘장과 서명을 부착해 판매하면 1만5000~2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지지단체인 ‘한사랑중앙회’ 관계자는 이들에게서 시계 300개를 구입했다. 여당 당직자나 지지단체들도 짝퉁 시계를 선물용으로 사들였다. 이씨 등은 올 1월까지 가짜 손목시계 1300개를 만들어 팔아 1000만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7일 이씨 등을 공기호 위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판매량이 100개 이하로 소량인 노점 상인 8명에 대해서는 생계형 범죄인 점을 감안해 기소 유예했다.

대통령 시계는 ‘대통령의 선물’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권력자와의 친분을 과시하거나 유력 인사인 것처럼 사칭하는 사기 사건에 등장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기념품점에서 구입한 청와대 손목시계를 선물하며 ‘청와대 사정팀 국장’을 사칭한 사례도 있었다.

검찰은 “대통령 시계를 이용해 청와대 간부를 빙자하거나 사칭하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유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