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켄 로치 감독의 '칼라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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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년전 국내에서 개봉됐던 스페인 내전을 다룬 영화 '랜드 앤 프리덤' 을 보았던 관객이라면,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다루면서도 이토록 감동적일 수 있을까' 감탄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감동을 다시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사회적 사실주의 작가' 로 통하는 영국의 켄 로치 (62) 감독의 '칼라 송' (96년) . 켄 로치는 극영화도 다큐멘터리 못지 않게 '진실' 을 전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 현존하는 거의 유일한 감독이라고 할 만하다.

영국의 사회복지제도의 허구성을 묻는 '레이디버드 레이디버드' , 공사장 노동자들을 다룬 '하층민' 등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약점과 환부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데 그는 아무런 주저를 하지 않는다.

'칼라 송' 은 그가 '제3세계' 로 눈을 돌린 영화. 소모사 독재정권을 물리친 산디니스타가 정권을 잡고 있던 87년의 니카라과. 미국의 지원을 받는 반혁명군이 '민중' 들의 지지를 받는 혁명정부를 무너뜨리기위해 저지르는 악행들을 고발한다.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우에서 버스운전사로 일하는 조지. 팍팍한 생활에서도 나름대로 올바른 길을 걸으려 애쓰는 청년이다.

어느 날 무임승차한 여인 칼라를 위기에서 구해주면서 둘은 가까워진다.…. 니카라과 현지에서 촬영된 긴박한 내전장면 등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에서 보여준 전쟁장면에 못지않은 긴장감과 사실감을 띠고 있다.

31일 개봉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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