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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용 육아시설 왜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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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얼마 전 동네 도서관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어린 딸을 데리고 여자 화장실 앞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영유아를 위한 모자(母子)화장실이 여자화장실 내에만 있어 딸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남자는 여직원의 도움을 받고서야 일을 해결했다.

나는 이를 보고 직원에게 "여자화장실 내에 있는 영유아 전용 화장실에 남성 보호자는 갈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애초 모자화장실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져 남성은 출입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최근 남성의 육아참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인사나 승진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육아휴직을 선택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고, 아내를 대신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남편들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육아를 전담하는 남성들을 위한 사회적 시설이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한 언론보도를 통해 시민회관에서 하는 에어로빅 강좌를 들으려 했으나 남성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딸과 함께 수영 프로그램에 참가하려 했으나 남자 탈의실이 없어 포기했다는 한 남성의 하소연을 접한 적이 있다.

이 같은 시설과 지원이 갖춰지지 않고서는 남성의 육아참여가 잘될 리 없다.

한지환.서울 광진구 광장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