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형수술 여행단’ 달라진 얼굴에 입국장서 ‘봉변’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오후 5시 상하이 홍차오(虹橋)국제공항 입국심사대. 서울 김포공항발 아시아나 OZ3615편에서 내린 20여 명의 중국 중년 여성들과 출입국 심사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실랑이를 벌인 이유는 다름아닌 여권 사진과 본인 모습이 서로 달랐기 때문. 중국신문사는 3일 ‘주부 해외 성형수술 여행단, 입국 심사에서 걸린 사연은’이란 제목으로 한국 원정 성형수술 여행단의 실상을 보도했다.

이날 홍차오 출입국심사장에 나타난 이 특수 여행단은 대부분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얼굴과 코 부위에 거즈를 붙인 채 입국장에 들어섰다. 게다가 하나같이 값비싼 명품 가방과 럭셔리한 옷으로 치장했다.

입국 심사과정에서 공안 심사원은 이들에게 모자와 선글라스를 모두 벗을 것을 요구했다. 선글라스를 벗자 하나같이 턱과 코 부위에 거즈를 붙이고 있거나 눈에 실밥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등 얼굴이 모두 상처투성이였다. 게다가 모두 여권 사진과 실제 얼굴은 크게 달랐다. 여행단 인솔자는 직원들에게 이들은 장쑤(江蘇)지방에서 온 36세에서 54세에 이르는 ‘해외 성형수술 여행단’이라고 해명했다.

여행단 가운데 황(黄) 모 여인은 기자에게 “우리 모습이 너무 무섭지 않나요! 이틀 전 코수술을 받아 아직 실밥도 제거하지 못했어요. 예뻐지고 싶은 건 인지상정 아닌가요. 한국의 성형기술이 뛰어나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번 한국여행 때 유명한 곳을 알아봤어요. 이번에 언니와 함께 가서 수술을 받고 돌아오던 참이예요. 결과가 좋으면 다음에 다시 갈 생각이예요”라고 말했다.

홍차오 공항 출입국 심사원은 성형수술로 외모가 변한 여행객은 자주 봤지만 이번 같이 단체로 성형을 받고 온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소란을 일으킨 성형수술 여행단은 7월 28일 상하이를 출발해 한국에 3일 동안 머물며 수술을 받은 후 곧바로 돌아와 아직 충분히 회복이 안된 상태다. 여행객들은 모두 얼굴에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있음은 물론 수술부위의 실밥도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귀국했다. 이들로 인해 홍차오 출입국 사무소는 경력이 풍부한 대원들을 따로 투입시켜 정밀 대조 및 인증 절차를 실시한 후 입국을 허가했다.

선우경선 중국연구소 = kysun.s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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