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당한 공공근로 부적격자 애원·읍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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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남편이 몇달째 월급을 못 받는데 어떡합니까. 공공근로에라도 나서 가계를 꾸려나갈 수 밖에요. "

"건물이 있으면 뭐합니까. 임대료가 제대로 안들어와 세금도 못 내는 형편인데…. "

서울시와 25개 구청이 최근 전업주부.대학생.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고정소득이 있는 가정 등에 대해서 공공근로 참가를 금지하자 이에 '항의' 하는 절절한 하소연이 쇄도하고 있다.

이들은 공공근로 담당 공무원들에게 생활의 어려움을 증명하는 주택 가압류서류나 삭감된 월급명세서, 공공요금 연체고지서 등을 들이대며 "계속 일하게 해달라" 고 요청하고 있는 것. 이들의 일당은 2만2천원~3만3천원이다.

용산구에 사는 주부 A씨는 "IMF이후 남편 회사가 부도위기에 처하는 바람에 쌀도 제때 살 수 없을 정도" 라며 일거리를 달라고 호소했다.

또 학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공공근로에 참가해온 S대학 P군은 대학생 신분이 드러나 무자격자로 분류됐다.

금천구청의 부적격자 실태조사에서 K.Y씨는 동거관계에 있는 것으로 밝혀져 지난 12일부터 한 명만 공공근로를 할 수 있게 됐고 관악구에서는 한시적 생계보호자로 등록된 뒤 공공근로에 참가해온 14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볼 때 재력을 가진 인사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공공근로에 나섰다 퇴출되는 경우도 있다.

재산세가 2백만원이 넘는 '부유층' 인 C씨 (금천구) 는 세입자들이 16개월째 방세를 내지 않아 사실상 수입이 끊긴 무일푼 신세여서 공공근로에 참가했다가 적발됐다.

각 구청들은 공공근로 참가기준을 완화, 부적격자라 하더라도 생계가 어렵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거나 구직등록서를 제출하는 경우에 한해 부분적으로 구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내에 미자격자가 참여하고 비생산적인 공공근로가 강행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만큼 실제로 이들이 참여할 길이 열릴 지는 미지수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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