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MA, 4% 고금리에 수수료 면제 … 월급통장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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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4일부터 주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만으로도 입출금이나 송금, 공과금 납부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들 증권사가 은행과 마찬가지로 소액 지급결제서비스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고금리에다 편의성이란 무기까지 손에 든 증권사들은 고객 확대 전쟁에 나섰다. ‘4%대 금리’가 동원되고, 어느 금융사를 이용해도 출금·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겠다는 곳도 나왔다.

◆증권사 지급결제 본격 개시=소액 지급결제를 시작하는 증권사는 현대·미래에셋·대우·삼성·한국투자·우리투자 등 13곳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이미 지난달 초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간은 CMA로 입출금이나 송금 등을 하려면 증권사가 제휴한 은행에서 연계 계좌를 따로 만들어야 했다.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급결제를 해결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증권사 계좌만으로도 이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예컨대 아파트 관리비를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양종금증권 윤성희 상무는 “한 달간 운영해 봤지만 전산상에 별 문제가 없었다”며 “고객들은 증권사 계좌만 있어도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돼 한결 편리하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은행과 증권사 간의 ‘고객 쟁탈전’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황건호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투자자들은 더 편하게 CMA를 이용할 수 있게 되고, 금융투자회사들도 다양한 상품 개발에 나서면서 은행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의 유혹=증권사들은 다시 은행 월급통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은행계좌와 비교할 때 CMA의 매력은 무엇보다 고금리다. 은행 예금통장에서 CMA로 돈이 옮겨가는 ‘머니무브’가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좀 달라졌다. 올 들어 시중 금리가 급락하면서 최근 CMA 금리도 연 2% 중반까지 내려간 상태다. 그러자 고객 유치를 위해 증권사들이 들고 나온 것은 우대 금리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5월 말부터 자사 CMA 가입 고객에게 최고 연 4.1%의 고금리를 지급하고 있다. 두 달간만 적용되는 금리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하나대투증권 김재원 차장은 “행사기간 동안 하루 2500~3000계좌씩 새로 개설되면서 CMA 계좌 수가 기존 20만 개에서 28만 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은 당초 지난달 가입자들까지만 고금리 혜택을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9월 말까지 연장했다.

삼성·대우·한화·현대증권 등도 일제히 ‘4%대 금리’를 내걸고 마케팅 전쟁에 들어갔다. 삼성증권은 신규 고객에만 적용했던 최고 연 4%의 금리를 기존 고객이 은행 연계계좌에서 삼성증권 계좌로 이동할 경우에도 지급하기로 했다.

수수료 면제를 내건 증권사도 많다. 대우증권은 4일부터 주식·펀드·CMA 등 모든 대우증권 카드를 새로 발급받는 개인 고객에게 전국 모든 은행의 자동화기기에서 돈을 찾고, 이체할 때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4%대 금리는 대부분 시한이 정해져 있다. 증권사에 따라 2~6개월간만 적용되고, 고금리가 적용되는 잔고도 300만~500만원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물론 기한이 지나도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하나대투의 경우 2000만원 이상을 한꺼번에 펀드에 들거나, 적립식으로 2년간 매달 50만원 이상 입금해야 한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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