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고보드시장 프랑스업체가 석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주요 건축자재인 국내 석고보드 시장에 외국회사가 단숨에 선두자리를 차지했다.

프랑스의 건축자재 업체인 라파즈사는 10일 국내 석고보드 생산 2, 3위 업체인 벽산과 동부한농화학의 석고보드 사업부문을 각각 5천만달러 (약 7백억원) 와 7천7백만달러 (약 1천60억원)에 전격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라파즈는 두 기업의 인수를 통해 시장점유율 60%를 확보함으로써 기존 1위인 금강 (40%) 을 제치고 단숨에 선두로 뛰어올랐다.

석고보드는 건물을 지을 때 방음.방열.방습용 건축자재로 국내시장 규모는 연간 1천억원선에 불과하지만 국내업체가 수요량 전부를 생산해왔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고도의 기술력을 지닌 라파즈사가 최대의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을 적극 공략할 경우 국내업체가 밀릴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라파즈는 특히 이날 양사와의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동부와는 오전에 원화 베이스로, 벽산과는 오후에 달러 베이스로 협상을 마무리짓는 등 고도의 교섭력을 보였다.

라파즈사는 세계 12개국에서 16개의 공장을 운영하며 연간 1백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다국적 건축자재 업체다.

라파즈사는 이번 계약을 통해 동부한농화학의 울산공장 (2만8천평).생산설비.종업원.영업권 일체와 벽산의 여수공장.종업원을 인수하는 한편 판매는 계속 벽산측에 맡기기로 했다.

벽산과 동부한농화학은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후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건설경기 하락으로 석고보드 수요가 줄어들자 이들 사업부문의 매각을 서둘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벽산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후 강력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매각을 결정했다" 며 "매각자금으로 빚을 갚아 현재 2백77%인 부채비율을 1백62%까지 낮출 계획" 이라고 말했다.

동부 관계자는 "지난 96년 석고보드 시장에 뛰어든 후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든 데다 IMF사태로 적자가 누적돼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며 "매각대금을 주력사업인 화학.생명공학부문에 집중투자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한편 석고보드 생산량은 벽산이 동부한농화학보다 많지만 동부의 경우 공장부지가 넓고 최신 생산시설이 많아 벽산보다 판매대금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