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북일고 자율고 지정 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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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북일고의 자율형 사립고 지정이 지연되면서 해당 학교는 물론 학생·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애초 지난달 말 자율고 지정·고시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전형요강·모집비율 등 이견 차로 결정이 이달 말로 연기됐었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 진학담당 교사들은 “당장 내년부터 문을 여는 자율고의 입학전형이나 세부적인 입시 계획도 발표되지 않아 진학지도에 애를 태우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충남에서 유일하게 자율고 지정을 신청한 천안북일고는 최근 ‘특별전형’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북일고는 입학 전형안에 한화그룹 임직원 자녀들을 전체 모집 정원의 8~10% 범위에서 선발하는 특별전형을 추진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이 같은 특별전형이 지역 주민과 도민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데다 학생들의 교육 평등권을 해칠 소지가 있어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도교육청은 북일고 측과 협의를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과부에 지정신청서와 위원회의 의견서를 같아 보냈다.

북일고는 이같은 특별전형이 도교육청의 자율고 지정·운영계획 등 관련 법에 위배되지 않고 전국 일부 자립형 사립고가 실시하고 있는 점 등을 내세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 해당 기업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설립된 일부 자립형 사립고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북일고는 또 전국 단위 학생모집 비율과 관련해서도 ‘전국 50%·충남 50%’ 안을 신청했지만 지역 여론 등을 감안해 ‘전국 30%·충남 70%’로 해야 한다는 도교육청과 팽팽히 맞섰다.

이처럼 지정이 늦어지면서 자율고·특목고 입학을 준비 중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선택을 여름방학 이후로 미뤄야 하는 실정이다. 자율고 지정이 늦어지면서 전형요강 등 세부계획도 지연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교 선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자율고나 특목고의 성격상 사전에 입학전형을 보고 이에 맞는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지 않다는 게 진학담당 교사들의 지적이다.

일부 교사들 사이에선 “짧은 기간 무리하게 자율고 전환을 추진하면서 자율고의 설립 취지나 성격에 맞는 신입생을 제대로 선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과정과 입학전형, 교원배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심의를 진행하다 보니 예정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는 자율고 지정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며 내년도 고입 전형이나 일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립형 사립고인 광양제철고와 포항제철고는 각각 전체 모집정원의 70%와 60%를 포스코 직원 자녀들 가운데 선발하고 있고 내년 3월 자립형 사립고로 개교할 예정인 서울 하나고교 역시 설립주체인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들에 대한 특별전형안을 확정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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