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운동선수의 돌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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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못하고 있으나 의학적으로 '돌연한,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증후군 (SUDS)' 이라는 것이 있다.

여자보다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주로 20~40대 젊은 층으로 죽기 전까지 건강에 아무런 이상을 보이지 않으며, 대개 한밤중 잠든 사이에 죽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질병관리센터는 지난 80년대초 SUDS를 미국으로 망명한 동남아시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사망원인으로 분류했다.

멀쩡하던젊은이가 아침에 침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면 그야말로 '자다가 벼락 맞은 꼴' 이다.

더구나 건강관리에 남달리 신경을 쏟고 정신력도 누구보다 강인한 저명 운동선수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세상을 놀라게 한다.

미국에서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여자배구 국가대표 폴로 하이먼, 대학농구 올스타 렌 바이어스, 프로농구 (NBA) 의 스타였던 행크 개더스와 레기 루이스가 잇따라 급사해 충격을 주었다.

하이먼이 31세였고 나머지는 모두 20대 초.중반의 유망주였다.

특히겨울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페어 부문에서 2회 연속 우승한 세르게이 그린코프가 95년 11월 28세의 나이로 급사했을 때는 운동선수들의 '드러나지 않은 질병'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됐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대개의 운동선수들이 '도태 (淘汰) 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자신의 경기능력에 영향을 줄지도 모를 신체의 이상에 대해 의도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닌 게 아니라 대다수의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질병이 밝혀지는 것은 곧 선수생활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특히 프로의 세계에서는 '몸값' 과 직결되는 문제이니 '작은 병이 큰 병 된다' 는 진리를 외면한 채 어지간하면 감추고 지내기 예사다.

미국의 경우 간단한 스트레스나 초음파 검사 한 번에 1천달러가 든다는 것도 선수들의 건강관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라면 88서울올림픽 때 힘과 아름다움의 환상적 조화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줬던 미국 최고의 육상선수다.

아직까지 여자 1백m와 2백m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그녀가 엊그제 잠자던 중 숨을 거뒀다.

겨우 38세. 명성도 좋지만 죽은 다음에야 무슨 소용인가.

모든 운동선수들이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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