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불법대행 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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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직장을 잃거나 대출이 연체돼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늘면서 카드 발급을 대행해 준다는 불법 업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지역 정보지에 '카드 발급' 이나 '급전 대출' 등의 광고를 내고 찾아오는 실직자에게 재직 증명서를 위조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카드를 발급받게 도와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카드사와 정식 계약한 대행업체 행세를 하는 것을 믿고 의뢰를 했다가 부정 발급이 들통나면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 불법업체 행태 = 자영업자인 K씨는 지난 6월 중순 돈이 필요하던 차에 지역 정보지에서 '카드 대출' 을 대행한다는 광고를 보았다.

K씨는 전화를 통해 그들이 S카드사의 정식 직원이며 주민등록증과 수수료 50만원을 가져오면 쉽게 카드를 만들 수 있고 또 카드 대출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K씨는 "직원들을 만나 차 안에서 카드 신청서를 썼고 그들이 의료보험증을 만들어 카드사에 접수시켜 주었다" 고 말했다.

K씨는 1주일 후 카드를 받으러 갔지만 의료보험증이 위조된 것이라는 것을 카드사가 밝혀내 '부정카드 발급 시도' 로 신용불량자가 됐다.

'카드발급 대행' 업체들은 이처럼 서류 위조 조직과 결탁, 불법 카드발급을 중개하거나 심지어는 수수료만 챙기고 사라지는 조직도 있어 이를 항의하러 의뢰자가 카드사에 찾아오기도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불법 발급 들통나면 어떻게 되나 = '돈좀 더 주고 쉽게 카드를 만들어 보겠다' 는 생각에 불법 대행업체에 맡겼다가 서류 위조 등이 들통나면 개인의 신용에는 지우기 힘든 낙인이 찍힌다.

신용카드를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발급받으려다 적발된 사람은 금융질서 문란의 이유로 적색거래처로 등록이 되기 때문이다.

적색거래처로 등록되면 이후 5년간 새로 대출받거나 카드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존 당좌예금도 해지해야 한다.또 기존 대출금도 갚으라는 압력을 받게 된다.

◇ 카드업계 대응 = LG카드에 따르면 불법으로 카드를 발급받으려다 적발된 사례는 96년 72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상.하반기에 각각 70.80건으로 늘어났고 올들어서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의 2배가 훨씬 넘는 3백80건이 발생했다.

LG카드 관계자는 "카드대금 연체가 늘면서 카드사들이 신규 발급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면서 "이에 따라 '손쉬운 카드 발급' 을 내세우는 불법업체들이 카드사를 사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 밝혔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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