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우럭낚시 삽시도.원산도 일대 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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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얼마만입니까. 모처럼 바다로 나오니 속이 다 후련하네요. " 바다 낚시인 문경모 (39) 씨는 2개월동안 발이 묶여 손이 근질근질하던 참에 뱃길을 연 바다가 새삼스러운 모양이다.

그동안 장마.폭풍으로 빗장을 걸었던 바다.

날씨가 좋아지면서 서서히 낚시인들의 접근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서해에서 시작된 '우럭' 낚시. 우럭낚시는 이달말이 피크로 아직까지는 손맛을 볼 기회가 뜸하고 씨알도 변변치않지만 강태공들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고 있다.

지난 일요일 오천포구 (충남 태안군 오천면) .토요일 오후 11시 서울을 출발한 낚시인들이 일요일 오전 3시부터 폭풍주의보가 해제되길 고대하며 매시간 바뀌는 기상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전 5시30분. 기상예보를 듣던 한 낚시인의 '풀렸다' 는 한마디에 사람들은 서둘러 채비를 챙겨들고 포구로 향한다.

오전 6시30분에 출항한 낚싯배가 첫 공략포인트에 접근한 것은 7시30분. 그러나 1시간이 넘도록 우럭은 좀처럼 입질을 하지 않는다.

폭풍이 우럭의 외출을 방해한 것일까. 간만의 차가 제일 크다는 사리가 우럭의 시야를 가린 것일까. 오전 8시30분 마침내 어신이 왔다.

흔히 낚시인들사이에 '메뚜기' 로 불리는 낚싯대 앞부분이 휘청거리면서 찾아온 어신이 심상치 않다.

뱃전에 끌어올린 우럭은 35㎝급. 봄에 출현하는 50㎝급 '개우럭' 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씨알이다.

이때 낚시인들은 처음 잡은 우럭을 즉석에서 회를 떠 한점씩 입에 넣고 미끼를 다시 점검한다.

가지처럼 축 늘어진 가지편대채비 윗바늘에는 우럭이 좋아하는 미꾸라지를, 아랫바늘에는 노래미가 즐기는 갯지렁이를 꼼꼼하게 매달았다.

오전 10시쯤이 되자 승선한 10명의 낚시인중 8명이 각자 1수씩의 우럭을 뱃전으로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우럭의 입질이 계속돼 강재용 (48) 씨는 잔챙이를 포함해 10수를 낚았다.

오전 11시를 넘으면서 다른 어종도 뱃전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길고 납작한 양태와 은색 백조기가 간간이 입질을 한다.

정오가 지나면서 낚시인들은 채비를 걷어올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면서 오늘 낚시를 가을 우럭의 시작으로 삼자며 잡은 우럭과 양태를 회를 떠서 풍성한 점심식사를 즐겼다.

20곳의 공략포인트를 돌아다닌 끝에 낚시를 마친 것은 오후 1시30분. 보통 때라면 오후 3시까지도 바다에 머물자는 주장이 나올법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다.

다시 바다낚시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일까.

글.사진 = 송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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