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시론

“잘못된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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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북한이 대포동2호 미사일을 발사했던 날, 오바마 대통령은 체코 프라하에서의 연설을 통해 ‘핵 없는 세계’를 역설했다. 핵확산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에 결단코 반대하면서 ‘핵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Yes, We Can”이라고 외쳤다. 비핵화에 대해 남다른 신념을 가진 오바마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위반에는 반드시 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행동으로 차근차근 옮겨지고 있다. 주저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1874호를 이끌어냈다. 지난 15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 외교관계협의회에서의 연설을 통해 “중국, 러시아, 인도가 다른 나라들의 결의안 준수를 위해 설득하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대북 제재에 관해 중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가 동참하고 있다는 외교적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미얀마로 향하던 북한 화물선 강남호는 미얀마조차 입항을 거부하는 바람에 북한으로 회항할 수밖에 없었다. 외화벌이를 포함한 북한의 돈줄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국제공조 틀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북한의 급소를 찾아낸 것처럼, 미국은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고립무원이 더욱 뚜렷하게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협상을 먼저 구걸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적대국가들과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오바마에게 북한만이 대화를 거부하고 핵실험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미국은 지난 몇 달간 자행된 북한의 도발적 행보가 김정일의 건강 이상과 후계구도 정비 등 국내 요인에서도 비롯되는 일인 만큼, 현재 협상을 모색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북핵 협상에서 잘못된 행동에 보상을 주고 다시 나쁜 행동이 되풀이되는 그동안의 악순환을 깨기 위해서는 잘못된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있음을 북한에 확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프라하 연설에는 이러한 철학이 담겨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나라가 마음대로 탈퇴를 선언하고 수차례 핵실험까지 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핵 없는 세상’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하지만 미국의 젊은 대통령이 품은 ‘핵 없는 세상’에 대한 원대한 꿈은 핵무장을 시도하는 북한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오바마가 이런 도전을 이겨낼 수 있다면, 그의 꿈은 중대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이란의 야망도 해결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주창해온 ‘강인하고 직접적인 외교’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운의 3대를 이은 북한의 핵 야망을 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북핵 협상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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