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컴퓨터 백신 중국어판 낸 안철수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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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세계 컴퓨터 바이러스 시장을 노려라. '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소장 安哲秀)가 세계시장 공략에 나섰다.

첫 타깃은 중국. 연구소는 최근 중국어판 바이러스 백신 (V3) 제작을 마무리, 조만간 중국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安소장은 "중국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반면 아직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선점으로 승산이 있다" 고 말했다.

일본어판 제작도 마무리 단계여서 올해 출시할 예정. 연구소는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대상을 영어판으로까지 확대, 미국 기업들과 본격적인 일전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중국어.일본어판은 새로운 중형 이상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NT를 겨냥한 제품으로 기업 정보화와 함께 급속도로 확산되는 근거리통신망 (LAN)에서 활동하는 컴퓨터바이러스에 특효약이라는 것. 연구소측은 이 신제품을 '3세대 바이러스 백신' 으로 이름 붙이고 개발을 마친 상태다.

이밖에도 연구소는 현재 '양말 네짝' 이란 암호명으로 4세대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인데 "내용은 1급비밀" 이라고 安소장은 말했다.

국내 '컴퓨터바이러스 백신의 아버지' 로 불리는 安소장. 서울대 의대 출신 의학박사이면서도 본업 대신 '사이버 공간의 슈바이처' 로 활동하는 그의 기술력은 이미 해외에서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컴퓨터바이러스 분야 세계 1위인 맥아피사 (현재의 네트워크 어소시에이트사) 빌 라슨 회장으로부터 '1천만달러에 회사를 넘겨라' 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맥아피는 당시 일본의 대표적인 백신프로그램인 '제이드' 를 사들인데 이어 세계시장 석권을 위해 安소장의 V3까지 넘봤지만 대답은 '노' 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상황에서 이 사업을 포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 이라는 것이 安소장의 설명.

그는 "지금까지 우리 연구소가 발견한 컴퓨터바이러스는 5천여종이나 되며, 이중 1천가지 정도는 내가 찾은 것" 이라면서 "지금도 계속 새로운 종류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앞으로도 개척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백신을 한데 모아 'V3' 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개인에게는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이뿐 아니라 바이러스의 활동날짜를 담은 달력을 작성해 배포중인데, 이것을 보면 컴퓨터 바이러스의 창궐 시간표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매달 1일에는 각종 실행파일을 망가뜨리는 소년범.소닉 바이러스가 발병하는가 하면 2일에는 뒤집기 바이러스가 나타난다.

주 (週) 단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는 한국변형 일요일바이러스와 금요일에 활동하는 예루살렘 봉급날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安소장은 "컴퓨터 바이러스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어 백신개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고 말했다.

바이러스를 만들어 유포시키는 '꾼' 들이 갈수록 교묘하고 지능적인 방법으로 개인.기업의 전산망에 파고들어 중요한 파일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등 네티즌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 그가 이 분야에 뛰어든 계기는 독특하다.

"어려서부터 전자공학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원에서 전기생리학을 전공하면서 신경계통의 정보흐름을 찾아내는 연구를 하다가 PC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 安소장은 기술 못지않게 기획.자금.영업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95년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 (MBA) 학위를 받기도 했다.

40여명으로 구성된 이 연구소의 자본금은 4억원, 지난해 매출액은 18억원. 올해는 24억원이 예상된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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