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 전 총리 “동북아 안보협의체 창설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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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유지하고, 남북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의 6자회담을 ‘동북아 안보협의체’(NASO)로 발전시키자는 주장이 제시됐다.

남덕우(사진) 전 국무총리는 14일 “중국의 경제·군사적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반도의 군사·외교적 안정을 위해선 미국·중국·일본의 세력 균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 주최로 열린 ‘세계 경제 판도의 변화와 우리의 대응’ 월례토론회에서다.

남 전 총리는 “만일 북한 체제가 무너지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미국·중국·일본의 군사·외교적 대립이 불가피하게 된다”면서 “우리의 통일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주변국들이 참여하는 안보협의체의 창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1975년 이와 비슷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만들었는데, 이후 유럽의 긴장이 완화되고 경제·지역 통합이 촉진되면서 오늘과 같은 발전을 이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해 결국 6자회담은 무위로 끝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안보협의체를 만들면 북한도 압박을 받게 돼 이 기구에 가입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세계 경제 권력의 중심이 동북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철도·통신망 연결 ▶천연가스 파이프 라인망 건설 ▶환경보호 공동 협력 등을 통해 동북아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선 방기열 에너지연구원 원장, 정종욱 전 주중대사, 기연수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등이 참여해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다.

한국교통연구원 황기연 원장은 “동북아-동유럽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륙권’이 형성되면 우리나라는 동북아 교통망의 중심 국가 역할을 하게 된다”며 “아시안 하이웨이(Asian Highway),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아시아횡단철도망(TAR) 등이 북한을 지나야 하는 만큼 북한과 원활한 협력 체제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개발은행을 설립해 경제 협력과 공동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우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들 지역이 축적하고 있는 외환보유액과 역내 개발자금 수요, 최근의 금융위기 등을 고려할 때 동북아개발공사의 설립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민간 금융회사가 함께 참여하는 합작 형태로 설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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