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두 간부, 빚 갚을 공금 890억 빼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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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광진경찰서는 은행에 보관된 회사의 채무 변제금 약 890억원을 빼돌린 혐의(사기 등)로 D건설사 자금담당 과장 유모(37)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또 자금담당 부장 박모(48)씨에 대해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 등은 올 3월 4일 위조한 지급청구서로 S은행에서 240억원을 인출해 빼돌린 것을 비롯해 최근까지 같은 수법으로 8차례에 걸쳐 채무 변제금 890억여원을 자신들이 임의로 개설한 회사 계좌 등으로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유씨 등은 채권자들이 회사에 돈을 청구하는 것처럼 지급청구서, 송금리스트 등 서류를 꾸며 은행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박씨가 최근 휴가를 내고 회사에 나오지 않자 이를 이상히 여긴 회사 측이 돈을 빼돌린 사실을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했다”며 “구속된 유씨는 빼돌린 돈을 일부 사용하긴 했지만 박씨가 시켜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D건설사는 2001년 수천억원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한 뒤 1500억여원을 채무 변제자금으로 은행에 보관했으며, 지난해 3월 회생절차가 종결돼 현재 정상 경영을 하고 있다. D건설사 측은 “1500억여원은 회사 운영자금과 채권자들에게 갚을 돈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회생절차가 끝난 후에도 회사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은행에 보관 중이었던 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지난 9일 박씨를 상대로 사기 도박을 벌여 52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김모(39)씨 등 3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박씨의 사기 도박 피해액이 거액인 점에 비춰 박씨가 공금을 횡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금 출처를 추적하고 있었다. 검찰은 박씨가 사기 도박 피해를 본 시기가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로 회사 채무 변제금을 빼돌린 시기와 다르다는 점에서 추가로 횡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유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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