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3일 개막 베니스영화제 미국영화 대거출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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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 펠리체 라우다디오는 지난해 "미국영화가 특수효과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 고 비난했다.

그러나 최근 그는 "미국의 영화제작자들이 기술적 묘기를 위한 스토리가 아닌 리얼한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스토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 같다" 며 "이는 새로운 흐름이며 휴먼 시네마의 복귀" 라고 말을 바꿨다.

라우다디오의 이 말은 처음으로 필름마켓까지 세운 올해 베니스영화제 (9월3~13일) 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미국영화를 빼놓은 '가라앉은 영화제' 에서 미국영화 중심의 '화려한 영화제' 로 변신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현재 확정된 출품작은 경쟁.경쟁외 부문을 모두 합쳐 60편인데 이중 19편이 미국영화다.

개막작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경쟁부문 19편중엔 4편이 미국영화로 워렌 비티가 감독.주연한 '불워스' (Bulworth) , 아벨 페라라의 '뉴 로즈 호텔' , 존 달의 '라운더즈' (Rounders) , 토니 드래잔의 '헐리벌리' (Hurly Burly) 등이다.

스티븐 소더버그의 '아웃 오브 사이트' (Out of Sight) ,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 를 리메이크한 앤드루 데이비스의 '완전한 살인' , 스파이크 리의 '그는 게임을 잡았다' , 현재 미국흥행 1위작 '트루먼 쇼' 등은 '밤과 스타들' 부분을 이끌 미국영화들이다.

경쟁부문에 아시아 작품으론 한국에 '가베' 를 선보인 이란의 모센 마흐말바프의 '소카웃' (Sokout) 이 유일한 것도 이번 영화제 성격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한편 '마켓' 을 신설하는 것은 그동안 마켓을 운영한 칸에 비해 흡인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영화제를 되살려 보기 위한 자구책으로 해석된다.

또 마켓 외에 '관점들' 이란 부문이 신설됐다.

새로운 영화문법과 소재를 발전시키고 있는 감독과 제작자들을 위한 포럼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영화진흥공사측은 "완성도 높은 마땅한 작품이 없어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고 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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