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언제 그치나]주말까지 게릴라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올해 장마가 종료됐다는 기상청의 공식 발표가 난 뒤 3일만인 지난달 31일부터 한반도 일원에 퍼부은 폭우는 예년 장마철 내린 비의 곱절이 넘는 등 사상 최악의 기상 이변을 보이면서 주말인 15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중간 중간 비가 적게 내리는 소강상태는 있겠으나 11일 중부지방에 또다시 한바탕 쏟아질 것이라는게 기상청의 예측이므로 마음을 놓긴 아직 이르다.

이처럼 장마 이후 더 많은 비가 집중된 이번 기상이변의 근본 원인은 예년엔 장마 후 한반도 전역을 밀고 올라오던 '북태평양 고기압' 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한반도 남부에만 간간이 걸쳐 있었던 데 있다.

불볕더위를 몰고와야 할 북태평양 고기압이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이 공백상태를 이용해 중국 북부지방의 건조한 저기압과 대홍수가 난 중국 양쯔 (揚子) 강 유역의 다습한 저기압이 전선을 이뤄 비구름대를 생산해 낸 것. 대홍수 피해를 겪고 있는 중국이 '폭우 제조 공장' 역할을 한 셈이다.

이같은 비구름대는 남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이동하면서 야간엔 차가워진 서해 바닷물과 접해 습기를 더욱 모으는 등 힘을 키운 뒤 육지에 상륙해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밤과 새벽에 집중됐다.

여기에 지난 7일 밤부터 중국 양쯔강유역에 자리잡은 태풍 '오토 (Otto)' 가 한반도를 향해 끊임없이 습기 많은 바람을 불어넣어 서울에 8일 하룻동안 3백32.8㎜라는 기록적 폭우를 몰고 왔다.

지난달말 지리산에서 시작된 폭우가 9일까지 서울지역에 퍼부은 양은 무려 8백99.4㎜. 올해 장마기간 (6월24일~7월28일) 서울에 내린 비의 양 (4백44㎜) 보다 2배 이상 많다.

게다가 8월중 평균 강수량이 2백94㎜인 점을 감안할 때 4배 가까운 양이 열흘도 안돼 퍼부은 셈이며 이 기간 서울지역 연평균 강수량 (1천3백70㎜) 의 절반이 넘는 65.6%가 집중됐다.

문제는 폭우를 몰고 온 한반도 주변의 기단 배치가 당분간 변화할 조짐이 없다는 것이다.

엘니뇨현상이 두드러졌던 지난 5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쳐 봄철 이상 고온을 나타냈으나 이미 엘니뇨는 소멸됐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라니냐' 가 등장해 북태평양 고기압의 강세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기상청은 그러나 앞으로도 밤과 새벽의 폭우에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