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직원까지 면세유 빼돌리기 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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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던 오모(48)씨와 장흥농협 면세유 담당 직원인 우모(37)씨, 화훼유통업을 하던 김모(45)씨가 2006년 10월 은밀히 만났다. 일반 기름의 절반 가격으로 농민들에게 배정되는 농업 면세유를 빼돌리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면세유를 받기 위해 실제로는 화훼 경작을 하지 않고도 하는 것처럼 농협에 신고했다. 면세유가 마을 이장의 확인서와 농기계 출하증명서만 있으면 지급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농협직원 우씨가 묵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씨는 1년에 한 번씩 해야 하는 농기계 이용 실태 점검을 하지 않았다. 김씨는 화훼 경작을 하고 있는 것처럼 조작해 사진을 촬영한 뒤 허위 서류를 꾸미기도 했다. 우씨는 이에 대한 대가로 백화점 상품권 등 250여 만원을 받아 챙겼다.

L당 700원에 면세유를 배정받은 김씨는 이를 L당 1000원에 주유소 업주 오씨에게 팔았다. 오씨는 넘겨받은 면세유를 일반 소비자에게 L당 1400원에 판매했다. 양주 일대의 주유소 업자와 화훼유통업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2년5개월 동안 215만여 L의 면세유를 빼돌려 총 15억원의 이득을 얻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면세유를 불법으로 유통시켜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로 우씨와 오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김씨 등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면세유 부정 유통 사건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농협 직원까지 가담한 수십 명 규모의 조직적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허술한 면세유 지급 절차도 문제지만, 실태 점검을 소홀히 한 농협중앙회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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