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관객 눈치 안보는 영화 만들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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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하얀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블랙잭' 등을 선보여온 정지영 감독 (54.순천향대 교수) 이 최근 새영화 '까' 촬영에 들어갔다.

지난 5월 영화인협회 이사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김지미 후보에 패했고, 최근 들어서는 스크린쿼터제 폐지 반대 의사를 갖고 영화인 모임때는 빠짐없이 얼굴을 내민 그였다.

하지만 그는 "나의 본업은 영화만들기" 라며 "지난 가을부터 작품준비를 해왔다" 고 말했다.

영화제목 '까' 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설혹 짐작이 간다해도 비속한 느낌이다.

다소 무거운 작품을 만들어온 그의 이력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정감독은 " '까다' 는 '알을 까다' '밝히다, 폭로하다' 등의 뜻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면서 "두 가지 의미 모두 이 시대에 적합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 설명했다.

'까' 는 92년 모방속국 탤런트 연수과정에서 일어났던 누드파동에서 영감을 받았다. 누드파동의 장본인 강만홍교수 (서울예전) 와의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된 것은 물론이다. 자신의 선입견을 깨어버린 강교수의 열린 마음에서 힌트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그 사건은 모티브일 뿐, 단순히 사건을 재현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했다. 영화는 연기자들이 연수에 들어가는데서 시작, 5개의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일상적 삶의 편린들이 결국 하나의 고리를 이루게 되는 형식이다. 유명배우들보다는 30여명의 신인 연기자들이 연수생 역할로 참여한다는 점이 특징. 이것은 역으로 최민수.강수연 등 스타배우를 기용했지만 흥행에 실패한 전작 '블랙잭' 을 떠오르게 한다.

"이제 관객을 짝사랑하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고 말하는 정감독. "관객 눈치를 보는 일보다는 내 자신을 설득시킬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까' 는 약8억원짜리 영화로 완성될 예정. "흥행부담은 없지만 나의 의무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갚는 것" 이라고 말했다. 평소 영화정책에 관련된 일에 열심이어서 '정치적인 감독' 이라는 말을 듣는 그는 "제작환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감독의 고민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며 웃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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