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독일산업연합회 한스 올라프 헨켈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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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의 전경련 (全經聯) 격인 독일산업연합회 (BDI) 의 한스 올라프 헨켈 (58) 회장은 미국의 다국적 컴퓨터 회사인 IBM 유럽 본부 회장에서 독일의 '개혁 전도사' 로 변신한 인물이다.

인터뷰 요청을 가장 많이 받는 독일 경제인이기도 한 헨켈 회장에게 한국의 경제위기와 실업사태 등에 대해 물어봤다.

- 개혁의 필요성엔 다들 공감하지만 문제는 부작용이다. 한국의 경우 대량실업 사태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개혁에 고통이 따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지금의 고통은 현정부의 개혁정책 때문이 아니라 과단성과 용기의 부족으로 과거 정권들이 개혁을 미뤄온 결과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

- 기존의 사회안전망을 개혁해야 하는 독일과 달리 한국은 사회안전망의 확보 자체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에게 고통의 감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 아닌가.

"기업의 구조조정에서 경제위기 극복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은 한국으로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이해한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게 뻔하고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

-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 아닌가.

"한국 국민이 할 수 있는 선택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당장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모든 상황을 과거로 회귀시키는 극단적인 선택이다. 사회불안을 감당하지 못한 정부가 개혁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경우다.

둘째는 모든 국민이 일자리는 보장받지만 먹을 것은 없는 북한식의 자급적 사회주의를 택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당장 힘들지만 정부가 추구하는 개혁방향이 옳다고 판단되면 이를 지지하고 따라주는 것이다."

- 노조 입장에서 세 번째 선택이 쉽겠는가.

"한국 노동계는 이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네덜란드 노조처럼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 차원에서 정부와 자발적으로 협조,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노조로 살아남거나 미국.영국.뉴질랜드 노조처럼 공격적이고 수구적인 자세를 보임으로써 수많은 조합원과 협상력.영향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

- 한국경제의 장래를 어떻게 보나.

"현재의 어려움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선택과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본다.

특히 정부가 부패 척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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