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단지 거주 위구르인 아쯔구리-한족 스신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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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족 여성 아쯔구리(左)와 한족 여성 스신후이는 3년째 친하게 지내온 이웃 사촌 사이. 이들은 “폭력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우루무치=장세정 특파원]

8일 오후 베이징(北京)에서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로 가는 중국국제항공 여객기 내부. 생김새가 판이하게 다른 위구르족 여성과 한족 여성이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은행 평사원인 위구르인 아쯔구리(阿孜古麗·40·여·이슬람 신자)와 세탁소를 경영하는 한족 스신후이(史新惠·42·여·불교도)였다. “우루무치 시내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두 사람은 각각 다섯 살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베이징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우루무치 소식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루무치에선 두 민족의 감정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데, 두 사람이 친자매처럼 다정해 의아스러웠다.

“3년 전 알게 돼 지금은 두 가족이 친형제자매보다 더 친하게 지내요. 집안의 어려운 일도 서로 상의하죠. 우리 두 집안은 민족도 종교도 다르지만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주니 갈등이 없어요.” 그들의 대답이었다.

아쯔구리의 남편 아파얼(41)과 스신후이의 남편 구원핑(顧文平·40)은 2년 전부터 아파얼 소유의 택시를 주야 교대로 운전한다. 남편들도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고, 형제처럼 지내왔다고 한다.

두 사람은 우루무치 사태에 대해 “6월 26일 광둥(廣東)성 사오관(韶關)의 완구공장에서 오해로 발생한 위구르족과 한족의 집단 폭력 사태가 직접 발단이 됐다”면서도 가난과 빈부격차를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이들은 “이번 시위에 가담한 위구르족 중 대부분은 우루무치 시내 거주자들이 아니라 카스(喀什) 등 신장 남부를 통칭하는 난장(南疆)지역 출신들”이라고 말했다. 이들 지역 사람들은 우루무치보다 가난해 교육 기회가 적고, 성년이 돼도 취업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우루무치 등 인근 도시로 들어가 빈민층을 형성하고 사회 불만 세력이 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유혈 폭력 사태는 한족이나 위구르족 모두에게 이로울 게 없다”며 “민족을 구분하면 갈등이 커지는 만큼 모두가 중국인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쯔구리는 “진정으로 이슬람을 신봉하는 위구르족이라면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서도 “중국 당국이 무차별적으로 위구르족 남성을 체포하면 감정만 악화되니 가담 정도를 정확히 따져 억울하게 심한 처벌을 받는 위구르족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한족들의 보복 움직임에 대해 그는 “위구르족에 의해 피해 입은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방법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자 한족과 위구르족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 가족은 비좁은 택시에 함께 올라타고 다정하게 집으로 향했다.

우루무치=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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