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회장 관훈클럽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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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김우중 (金宇中) 전경련회장대행은 31일 관훈클럽 조찬간담회에서 2시간여에 걸쳐 정부의 대기업정책.정리해고 문제 등 경제현안에 대해 특유의 달변으로 자신의 주장을 폈다.

- 정부와 합의한 5대그룹 빅딜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대그룹 총수가 모여 이 문제를 정리하기로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으며 회동시기도 미정이다. 간담회를 세번 정도 해보면 뭔가 나올 것이다. "

-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결과를 어떻게 보나.

"무리한 내용이 많아 재심을 요청하겠다.

대우는 공정위에 얻어맞아야 할 이유가 없다.

기업어음 (CP) 보다 금리를 1%포인트 더 받고 후순위채권을 매입한 게 왜 죄가 되는지 모르겠다. "

- 재벌을 보는 국민의 시각이 매우 혼동스러운데.

"TV에서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시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우리 대기업을 모델로 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미국.유럽 대기업과 우리 대기업의 발전과정을 비교 연구해 보려 한다. 대기업 경영관행이 잘못됐다면 바꾸면 되는 것 아닌가. "

- 계속 정리해고 자제론을 펴는데 현실적으로 상당한 고용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 아래 문제해결을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미국.유럽은 수십년에 걸쳐 실업이 진행되면서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

우리는 실업문제가 대두된 지 1년도 채 안되며 문제를 감당할 능력도 갖춰져 있지 않다.

실업자가 1백50만명이라지만 여기에는 정리해고자가 포함돼 있지 않다.

기업들이 제대로 자른다면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

모두가 해결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해 봐야 한다.

정리해고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만이라도 시기를 늦춰 호황기때 하자는 것이다. "

-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으며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모든 경제주체에게 책임이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금융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해 온 금융산업이 가장 후진성을 면치 못했으며 개방에 대비해 무리하게 외환을 취급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닥쳤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약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IMF체제 극복을 위해서는 수출을 늘리고 가동률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나 우리에게는 산업정책은 없고 금융정책만 있다.

은행 살리자고 기업 다 죽이면 어쩌자는 거냐. "

- 기아를 인수할 용의가 있나.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공평한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

이재훈.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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