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시인 박노해, 올 광복절 햇빛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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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노동자 시인 박노해 (본명 朴基平.41) 씨가 이번에는 사면될까. 정부수립 50주년 특별사면에 朴씨가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정부측이 적극적이다. 그는 수감중인 국내 공안사범의 상징적 인물로 부각돼 있다. 국제사면위원회 (앰네스티)가 분류한 한국의 양심수에 포함돼 있고, 국내에서는 김수환 (金壽煥) 추기경이 사면을 요청하는 등 큰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양심수' 문제로 안팎의 압력 (?) 을 받고 있는 현 정부로서는 사면대상에 그를 포함시키느냐의 여부에 따라 사면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최근 朴씨의 옥중 서신.원고 등을 통해 朴씨의 사상편향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결론은 朴씨는 여전히 사회개혁론자이긴 하지만 사노맹 (사회주의 노동자동맹) 시절의 폭력혁명 노선은 완전히 버렸다는 것. 그가 최근 K목사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서도 사회주의체제, 특히 북한체제에 매우 비판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朴씨도 지난해 출간한 수상집 '사람만이 희망이다' 에서 "나는 시장경제 옹호론자가 아니지만 결코 사회주의자도 아니다" 고 밝힌바 있다.

최근에는 법무부의 고위 관계자가 사면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부인 金진주씨를 만난 것으로 밝혀져 정부의 사면방침이 굳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관건은 준법서약서 작성여부. 부인 金씨는 이에 대해 "정부의 정책이 바뀐 만큼 그에 상응하는 입장변화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朴씨는 80년대 초 노동현장을 묘사한 시집 '노동의 새벽' 을 발표한 민중문학진영의 대표적 시인으로 사노맹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다 91년 검거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경주교도소에 수감중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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