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공연·축제 발전에 기여 하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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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을 연출 중인 최철기씨가 봉서홀을 방문했다. 조영회 기자

대사없는 공연 ‘점프’. 뛰고…돌고…차는 공연 ‘점프’.

이를 기획·연출한 최철기(36)씨는 천안 사람이다. 북면 오곡리에서 태어났고, 부모·형제가 지금 천안에 살고 있다. 2005년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서 티켓판매 1위를 기록, 세계적 이목을 끌었던 그다.

지난달 말 고향에 들렀다. 9월 열리는 ‘천안흥타령축제’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정상급 공연기획연출자로서 이젠 고향에 기여하고자 한다. “내가 지금껏 해 온 작업이 흥타령축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소리가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축제이니만큼 점프나 중국서 공연한 ‘젠(ZEN)’과도 서로 통할 수 있죠.”

그는 지금 중국에서 ‘제2의 세계적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 초대돼 CJ엔터테인먼트·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정부산하기관) 합작 공연 ‘젠’을 기획 연출했다. 2007년 점프를 본 중국 관계자가 올림픽 공연 교섭에 나선 CJ측에 “최철기 감독을 데려오면 계약을 맺겠다”고 했단다. 이 때문에 일본 기획사들도 눈독을 들였으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렇게 최씨는 13억 인구의 공연 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중국에선 공연물을 갖고 주요 도시만 도는 데도 3년이 걸린대요.”

젠은 연출·음악·안무는 한국 스텝이 맡고 출연진만 중국인으로 짰다. 주 내용은 보수공사가 한창인 절이 배경으로 불상을 훔치러 온 악당과 무공이 높은 인부들의 대결이다. 점프와 같이 무술 등을 매개로 코믹하게 꾸민 ‘넌버벌(Non-Verbal·비언어극) 퍼포먼스’다. 젠은 ‘선(禪)’의 중국어 발음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젠을 본 최씨의 형 최재기 동양일보 천안주재기자는 “점프와는 스케일부터가 다르다”며 “하늘에서 줄을 타고 사람이 내려오고, 사람이 날아다니는 등 서커스적 요소가 강조됐다”고 말했다. “클라이막스에선 영상까지 가미돼 관객 눈이 휘둥그래지도록 하더라”고 기억했다.

최씨는 중국에서 젠 업그레이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제 마무리 단계로 올 하반기 베이징에서 새로 선보인다. 한국에는 내년 상륙시킬 계획이다.

국내선 그가 기획한 점프 인기가 상승 중이다. 전용극장을 서울 종로, 부산 해운대에 이어 제주도에도 설립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공연 투어 프로그램에서 점프가 ‘난타’를 제쳤다는 평이다. 젠까지 들어오면 ‘넌버벌 철기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최씨의 고향 사랑은 각별하다. “천안의 역사 인물을 소재로 한 초대형 뮤지컬을 만들 생각”이라며 “천안을 배경으로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티켓 판매 1위였던 ‘점프’의 2005년 영국 에딘버러 공연 모습(上). 베이징에서 ‘젠’ 중국인 출연자들과 함께 자리한 최철기씨.(右)

국내에서 점프가 막 떠오르던 2005년 말. 그는 지역 언론사 요청을 받아들여 천안시청 봉서홀에 점프을 갖고 내려왔다. 고향 주민들에게 천안출신 연출가가 만든 ‘세계적 공연’을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

천안의 대표축제 흥타령축제에도 관심이 많다. 하이라이트인 거리축제 콘텐트를 풍부하게 하고 싶어 점프팀과 자신이 기획한 재활용품놀이단 ‘위트앤비트’를 불러 합류시킬 계획이다.

최씨는 “흥타령축제가 한가지 테마에 집중해 통합된 이미지로 나아가야 한다”며 “총 연출자가 축제의 큰 그림을 그려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시가 올해 처음 ‘성웅이순신축제’를 전문 연출가에게 맡겨 좋은 반응을 얻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씨에겐 꿈이 있다. 한국에 공연의 거리를 만들고 싶다. 런던의 ‘웨스트엔드’ 같은 곳 말이다. 2006년 그곳에서 점프를 공연하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이 곳에 오면 한국·중국·일본 등의 유명 공연을 항상 볼수 있고 쇼핑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한국에 가면 아시아 각국의 공연을 다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도록 하고 싶다. 대학로나 광화문 주변이 유력하겠지만, 투자자가 있다면 천안이 안 되란 법은 없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한 최씨는 전 충남도의원인 최민기 충남중소기업진흥공단 본부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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