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정리 '자산·부채인수'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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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정부는 앞으로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 더이상 자산.부채인수 (P&A) 방식을 쓰지 않고 즉시 청산하거나 가교 (架橋) 기관 (용어한마디) 을 통해 정리하기로 했다.

또 외국투자자들이 국내 은행에 투자하면서 정부의 출자나 보증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는 데 대해서는 일절 응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은행이 스스로의 힘으로 증자나 외자유치를 통해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을 8% 가까이 끌어올리면 모자란 부분은 출자지원해줄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형 선도은행을 육성하기 위해 은행들을 강제합병하지는 않고 자발적 합병을 하는 곳에 대해서는 후순위채 매입.출자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9일 "P&A방식은 부작용이 너무 커 포기하기로 했고 일부 은행에서 외자유치의 전제조건으로 요청한 정부출자도 하지 않기로 했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청와대.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가 이같은 기본원칙에 대해 합의했으며 이를 향후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모든 금융기관에 똑같이 적용키로 했다" 고 말했다.

정부가 P&A방식을 포기한 것은 동화.동남.대동.경기.충청 등 5개 은행의 퇴출과정에서 은행원의 저항으로 사회적 충격이 커진 데다 우량은행들도 더는 부실은행을 떠안을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새로 가교은행을 세우거나 예금보험공사에 가교은행 기능을 맡겨 부실은행을 정리하기로 했는데 일부 소형은행의 경우 충격이 작다고 판단되면 즉시 청산키로 했다.

또 당초 금융감독위원회가 P&A방식을 사용하려던 부실보험사 정리도 청산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특정 은행의 외자유치를 위해 먼저 출자지원을 해주지는 않고 은행이 독자적으로 증자.합작.합병을 실시하고 이것이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때에 한해 총 16조원의 범위 안에서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이정재.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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