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상 관광땐 꼭 우산 챙겨요…강수량 7∼9월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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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돌이 만가지 재주를 부리고 물이 천가지 재롱을 피우며 나무 또한 특이하니 천하명승이 여기 다 모인 것 같다.' 잠수정 침투와 간첩사체 발견으로 얼마간 늦춰지긴 하겠지만 벌써부터 금강산 천하절경을 볼 생각에 가슴이 설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관광때 금강산의 1만2천봉 절경을 다 볼 수 있는 날은 막상 많지 않을듯. 금강산 일대가 전남 남해.거제등 남해안지역과 강원도 일대의 대관령과 더불어 한반도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지역으로 산 봉우리가 구름에 덮여있는 날이 많은 탓이다.

세계기상기구 (WMO) 의 아시아 지역 기상자료 창구인 도쿄 아시아지역센터가 북한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북한의 강수량 자료에 의하면 금강산의 관문인 장전일대의 20년 평균 강수량은 무려 1천5백20㎜. 일년내내 눈과 비가 많은 대관령의 1천5백80㎜, 완도의 1천4백70여㎜와 비슷한 강수량이다.

장전은 금강산유람선 관광이 시작되면 유람선이 정박할 곳. 외금강과 버스로 20분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장전일대에 이렇게 강수량이 많은 이유는 크게 금강산이 바다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맞닿아 있고 장전항의 해안선이 육지쪽으로 움푹 들어간 만 (灣) 형태이기 때문이다.

금강산이 있는 태백산맥은 동해쪽으로 경사가 가파르고 서쪽으로는 경사가 완만한 것이 특징. 따라서 서풍이 불면 공기가 산을 타고 올라가면서 냉각된다.

이 공기가 정상에서 비를 뿌리고 다시 산을 타고 내려오면 건조한 공기로 바뀌어 매우 온도가 높아진다.

말하자면 에어콘을 끄면 물방물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 바다쪽에서 동풍이 불어도 상황은 마찬가지. 바다쪽 습기많은 바람이 산을 타고 올라가며 상승운동을 하다 정상에서 비를 뿌리게 된다.

게다가 육지로 쏙 들어온 만형태는 공기가 수렴, 상승하는 효과를 일으켜 눈.비가 잦을 수 밖에 없는 자연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 대관령과 남해안에 비가 많이 오는 것도 동해와 태백산맥, 남해와 지리산의 복합작용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금강산 일대에 강수량이 제일 많을 때는 7~9월. 한달평균 무려 2백60㎜의 비가 오니 이때쯤 금강산에 가려면 우산을 필히 준비해야 할 듯 하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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