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 "자기야, 외조 고마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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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左)과 손혁이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에비앙 골프장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 도중 얘기를 하고 있다.에비앙=정제원 기자

"희원아, 좀 쉬지 그래." "아냐, 조금만 더 할래."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에비앙 마스터스(프랑스 에비앙 골프장)에서 공동 6위를 한 한희원(25.휠라코리아)의 곁에는 손혁(31)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두산베어스 투수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한희원의 남편이 된 그다.

최종 라운드를 앞둔 24일 이 골프장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두 사람은 훈련에 열중했다. 한희원이 공을 치면 손혁이 "좋아"하며 공을 놓아주는 다정한 장면이었다.

"4월 말에 은퇴한 뒤 집사람과 같이 지내고 있어요. 투어 대회에 함께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어도 배우고 야구 연수도 할 계획인데 올해는 희원이 뒷바라지만 할 거예요."

두 사람은 결혼 이후 한동안 떨어져 지냈다. 손혁은 국내에서 마운드에 섰고, 한희원은 미국 전역을 떠돌며 투어 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이 함께 지내는 요즘 생활은 꿀맛이다.

"같이 있으니까 무척 편해요. 스트레칭이나 웨이트 트레이닝도 함께 하다 보니 힘도 덜 들고요. 다른 선수들도 부러워해요. 출산은 2~3년 후에나 생각해 볼 거예요. 저희들 예쁘게 봐주세요."

지난해에 비해 올해 성적이 저조한 이유가 결혼 이후 해이해진 탓 아니냐는 질문에 한희원은 "결혼과는 상관없어요"라고 했다. "오히려 결혼한 뒤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에 성적이 나빠졌을 수도 있어요. 결혼 전후 훈련을 제대로 못한 것도 원인이고요. 그러나 이제 시작이에요."

한희원은 동료들에게 손혁의 이름을 '써니'라고 소개한다. 성인 '손(Son)'과 연인을 뜻하는 '허니(honey)'를 합친 말이라는 설명이다. 그의 응원 덕분인지 25일 한희원의 최종 성적(9언더파)은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았다. "저는 희원이의 성적에는 크게 신경 안 써요. 그렇지만 조만간 18번홀 그린으로 달려나가 희원이를 껴안고 우승의 기쁨을 나눌 날이 올 거라 믿어요."(손혁)

대회 우승컵은 18언더파를 친 호주의 웬디 둘란에게 돌아갔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1타 차 역전을 당해 준우승을 했다. 김미현(27.KTF)과 박희정(24.CJ)이 합계 8언더파 공동 9위로 한희원과 함께 톱10에 들었다.

강수연(28.아스트라)이 3언더파로 공동 21위, 박지은(25)은 2언더파 공동 28위. 대회기간 내내 인기를 독점한 아마추어 미셸 위(14)는 1언더파 공동 33위로 무난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박세리(27.CJ)는 합계 13오버파라는 최악의 스코어로 경기를 끝냈다. 3라운드 9오버파에 이어 마지막날에도 2오버파를 치며 최하위권인 68위에 머물렀다.

에비앙=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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