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특별강연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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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대통령이 30일 대학강단에 섰다.

고려대에서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인촌 (仁村) 강좌' 에서 '우리 민족을 생각한다' 를 주제로 1시간여동안 특별강연을 했다.

강의는 약 30분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질문을 받았다.

강연장인 인촌기념관에는 대학생.대학원생을 비롯, 일반인 등 1천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이 대학 캠퍼스에서 강연하고, 이를 방송사 (KBS.SBS.YTN)가 TV 생중계한 것도 처음이다.

양복 겉저고리를 벗고 강단에 선 金대통령은 칠판에 강연 제목을 직접 쓴 뒤 자리에 앉아 강연을 시작했다.

金대통령은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며 "내가 일심전력으로 추진중인 경제구조 개혁이 잘 될 것임이 틀림없다고 보고 (박사학위를) 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 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경제운영을 반드시 성공시켜 학위를 준데 대해 보답하겠다" 고 다짐했다.

박수가 터졌다. 金대통령은 이번 강연회를 국정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내고 자신감을 고취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강의에서 우리 민족의 저력.우수성을 역사적 사례를 들어 강조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金대통령은 특히 "금융.기업.공기업 개혁과 노동의 유연성 등 네가지는 반드시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청중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에 "개혁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 는 지적이 나오자 "한국사람은 참 성질이 급하다.

취임한지 몇달이나 됐나. 1년쯤 두고보라. 뭔가 만들어 낼 테니…" 라며 개혁성공을 자신했다.

金대통령은 대북 '햇볕정책' 을 계속 견지할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

한 수강생이 지역주의 근절방안을 묻자 "지역주의는 이 정권에서 반드시 끝장낼 것" 이라고 장담했다. 金대통령은 원고없이 강연을 했다.

그러나 사전준비는 치밀하게 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매끄러웠다는 평을 받은 것도 철저한 준비 때문이라고 한다.

'인촌강좌' 는 지난 87년 고려대가 인촌 김성수 (金性洙) 선생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강좌다.

미국의 조지프 나이.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이 이 강단에 섰다. 정치인으론 마거릿 대처 전영국총리, 호소카와 모리히로 (細川護熙) 전일본총리 등이 초청받았다. 국내정치인으론 金대통령이 처음이다.

金대통령은 강연에 앞서 김정배 (金貞培) 고대총장으로부터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로써 金대통령은 모두 9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소지하게 됐다.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기는 경희대에 이어 두번째다.

청와대는 金대통령이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까닭을 "수많은 강연과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 이라는 철학의 이론적 구성을 완성했을뿐 아니라 이를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전략적 방침으로 활용, 논리의 현실적 가치를 실증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학위수여식과 강연회에는 대통령부인 이희호 (李姬鎬) 여사도 참석했다.

金대통령은 앞으로 국정홍보를 위해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한 국민접촉 기회를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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