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3천만원 매출, 쇼호스트의 연봉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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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 홈쇼핑 채널에 시선이 멈췄던 경험 한 두번쯤 있을 것이다. 게다가 화면 안에 속옷만 걸친 팔등신 미녀가 멋진 워킹을 선보인다면 어찌 채널을 그냥 돌려버릴 수 있을까. 그렇게 모델에 빠져 TV를 보다 보면, 들리는 말이 있다. “매진입니다”

롯데홈쇼핑에서도 인기 쇼호스트로 꼽히는 이유경 씨(27)를 만난 날도 심야 속옷 방송이 있는 날이었다. 직접, 당일 상품 구성에 들어 있는 브라탑(브래지어 패드가 붙은 여성용 웃옷)을 입고 방송에 출연한 이 씨는 마네킹에 입혀진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도 보고, 브래지어 컵을 매만지며 속옷 자랑에 한창이었다. 이 씨의 설명이 끝나자, 주문 전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자정을 훌쩍 넘긴 1시, 그 시간에 속옷을 주문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지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부터 매진 사이즈가 속출했고 이 씨는 매진된 브래지어 컵수를 설명하며 다른 사이즈의 주문전화를 유도했다. 속옷을 판매할 때, 내심 쑥스럽진 않은지 물어봤다.

“조금 민망하긴 한데요. 그래도 제가 입어보고 정말 만족하고 예쁘니까 자신있게 방송할 수 있어요.”

그나마 여성용 속옷은 남성용 속옷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한다. 아직 미혼인 이 씨가 방송이 아니라면 남성용 속옷을 손으로 만져보고 공부할 일이 있겠는가. 하지만 쇼호스트가 상품을 골라 방송에 나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주어진 상품을 공부하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2005년 우리홈쇼핑에 입사한 이 씨는 최근 회사 역사상 최고의 효율을 달성했다. 6월 초, 한 여행사의 동유럽여행상품 방송에서 이 씨는 1분당 3천만 원, 70분간 2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새벽 12시 50분에 시작해서 2시에 끝났던 상품인데 분당으로 하면 3천만 원, 70분 동안 21억 원을 팔았어요. 정말 많이 팔렸다고 하면 분당 1천만 원 정돈데 3천만 원은 거의 기록이죠.”

회사로부터 특별 보너스를 받았을 것 같아 슬쩍 물었더니, 뜻밖에 ‘NO’라는 답이 돌아왔다. 국내 홈쇼핑 회사는 대부분 프리랜서로 쇼호스트를 채용해 방송 횟수에 따라 출연료를 지급한다. 이때 경력과 본인의 능력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제품을 많이 판매했다고 해서 별도의 인센티브를 주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같은 연차라고 할지라도 연봉은 천만 원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쇼호스트가 억대 연봉을 받는 고소득자라고 생각하지만 억대가 넘는 고액 연봉을 받는 국내 쇼호스트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단, 자신의 실적에 따라 연봉이 정해지는 만큼 일반 회사에 다니는 또래보다 두배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회사마다 연봉체계는 조금씩 다르다.

“쇼호스트 하면서 만족했던 부분 중 하나가 능력별로 페이를 받는 것인데요. 경력과 실력이 합쳐지면 만족할만한 연봉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잘 모르는 분들은 쇼호스트가 억대 연봉이다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그건 솔직히 거품이고요. 하지만 적게 받는 편은 아니죠.”

최근 홈쇼핑은 재미 요소가 강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바빠지는 사람이 쇼호스트다. 보다 쉽고 재미있게 상품을 설명하려다 보니 이씨는 최근 ‘피부독립’을 외치는 유관순 여사로, 보험 상품을 파는 ‘007 비밀요원’과 선글라스를 낀 ‘여군’의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했다. 쇼호스트에게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어서도 안된다. 판매하는 상품에 따라 그 상품에 어울리는 모습을 해야 한다.

“패션 같은 경우에는 컨셉트에 맞게 분장을 해야 해요. 특히 속옷 방송을 할 때는 정말 내가 아닌 사람이 되요. 섹시한 컨셉트이다하면 요즘 유행하는 스모키 화장도 하고 가발도 붙이고 야한 옷도 입어요. 정말 ‘쇼호스트는 팔색조’다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상품마다 방송 컨셉트마다 달라져서요. 그게 쇼호스트의 매력이죠.”

쇼호스트 이유경씨가 말하는 쇼호스트의 매력과 한밤중 방송되는 홈쇼핑 속옷 방송의 뒷이야기는 아래 영상(조인스 TV)에서 볼 수 있다.

글: 뉴스방송팀 송정 작가
영상: 뉴스방송팀 최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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