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1주년]흔들리는 一國兩制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해 7월1일 홍콩반환 행사는 거대한 축제였다.

주권을 돌려받는 중국의 당당함 앞에 영국의 슬픔과 홍콩주민의 불안.불만들은 자리를 잡을 곳이 없었다.

그러나 오는 7월1일 반환 1주년을 앞둔 홍콩의 모습은 이미 과거의 그것이 아니다. '한 나라 두 체제 (一國兩制)' 의 실험은 실패했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특히 경제는 "홍콩은 어디로 갔는가" 라며 개탄해야 할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주권반환 1주년을 맞은 홍콩을 살펴본다.

'차이니스 홍콩' 이라는 이름으로 1년간 실험대에 올랐던 '한 나라 두 체제' 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처드 바우처 홍콩 주재 미국총영사의 평가도 "아직까지는, 매우 좋다 (So far, so good)" 다.

그러나 '귀환 1년 홍콩' 의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치.사회적으로 신화통신의 치외법권적 특권 인정 등 중국식 권위주의체제 등장, 공무원의 부패만연, 경기후퇴 등 귀환에 따른 중국의 막강한 영향으로 '일국양제' 가 소리없이 흔들리고 있다.

우선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는 '귀환 탓' 이라기보다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인 측면이 강하지만 지난 1년간 홍콩 경제는 만신창이가 됐다.

정치는 언뜻 보면 고인 물처럼 조용하다. 그러나 수면 아래서 썩어가고 있다.

신화사 홍콩분사는 사실상 중국대사관으로 공산당과 정부관계처럼 둥젠화 (董建華) 행정장관 위에 군림하고 있다.

대표적인 여성 민주인사인 에밀리 라우 (劉惠卿.여) 전 민주당의원의 '개인파일사건' 은 신화사의 파워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 劉전의원은 96년12월 자신의 개인파일을 공개하라고 신화사 홍콩분사에 요구했다.

그런데 신화사는 9개월이나 지난 97년8월에야 '해당자료 없음' 이란 짤막한 회신을 보냈다. 이는 명백한 범법행위였다.

홍콩의 개인정보법은 '40일 이내 통보' 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시 릉 (梁愛詩) 율정사장 (법무장관) 은 뚜렷한 이유없이 신화사 홍콩분사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홍콩 민주파 인사들이 들고 일어났지만 이들의 외침은 '찻잔속의 태풍' 에 불과했다.

胡회장이 장쩌민 (江澤民) 중국국가주석 등 중국 고위층과 흉금을 털어놓을 정도로 절친한 '거물급 친중 인사' 이기 때문에 특별처분을 받았다는 게 대다수 홍콩구민들의 생각이다.

귀환 이후의 과도기적 공백을 틈탄 사회적 혼란도 만만찮다.

지난 4월에는 고위 세관공무원이 무려 1백만홍콩달러 (약 1억8천만원) 의 뇌물을 받고 6억홍콩달러의 불법복제 콤팩트 디스크의 밀수를 눈감아준 사건이 발각됐다.

청렴으로 유명했던 과거 홍콩정청의 공무원 이미지와는 영 딴판이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