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환란 그후1년]3.대만·싱가포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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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네마리 용' 으로 일컬어졌던 대만.싱가포르 - . 대만.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파고 (波高)에 아랑곳하지 않고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양국은 '견실한 성장' 과 '개방.경쟁의 체질화' 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끊임없이 높여 나가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IMD) 이 지난 4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싱가포르.대만은 각각 2위, 16위에 올랐다.

또 지난해 7월 이후 양국의 통화가치는 10%대의 하락률에 그치고 외환보유액도 각각 7백억~8백억달러나 된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그 여파로 대만.싱가포르도 수출감소.성장률둔화.주가하락 등 다소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양국은 금융개혁과 첨단산업 육성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 대만

대만경제는 한마디로 중소기업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체 기업수의 9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고용의 78%, 수출의 50%를 떠맡는다.

정부는 금리.물가 안정을 통해 중소기업이 커 나갈 토양을 마련하고 기업들은 실리 위주의 경영을 통해 내실을 다진다.

대만기업들의 부채비율은 80%대에 머물러 일본기업보다 더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보호정책이 아니라 혹독한 경쟁을 통해 육성된다.

대만에서는 기업퇴출이 일상사처럼 받아들여진다.

지난해에만 3만여개의 업체가 파산했고 4만4천개가 창업했다.

당연히 부가가치가 큰 산업쪽으로 재빠르게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대외개방도 체력을 강화한 요인이다.

지난 54년부터 외국인투자 유치를 시작한 대만은 88년 수입자유화율이 99%에 이르렀다.

이번에 금융위기를 막아 낸 1등 공신은 일찌감치 국제기준에 맞춰진 금융시스템이다.

대만은 89년 '신 (新) 은행법' 을 통해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 준수 의무화^부실은행 폐쇄^금융감독제도 강화 등을 추진해 부실채권 비율을 총부채의 5%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 싱가포르

싱가포르의 국가경쟁력 가운데 90% 이상이 정부부문에서 나온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가포르정부는 노.사.정 (勞使政) 협의제도와 외국자문단의 의견을 수렴해 개방적이고 탄력적인 개발전략을 수립한다.

특히 강력한 행정에도 불구하고 정경유착.공무원 부패 등을 찾아볼 수 없다.

위기를 한발 앞서 예방하는 정책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동남아 각국이 부동산가격 폭등을 방관할 때 싱가포르정부는 은행에 부동산담보 대출을 축소하도록 조치해 부동산값 폭락에 따른 은행부실을 방지했다.

싱가포르는 또 외국기업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왔다.

법인세율은 선진국 (평균 40%대) 보다 훨씬 낮은 26%에 불과하다.

내.외국인 차별조항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78년부터 외환.자본 거래제한을 철폐한 싱가포르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우수인력들을 확보해 금융산업을 육성해 나가고 있다.

싱가포르의 펀드규모는 90년 58개 1백80억 싱가포르달러에서 지난해 1백57개 1천2백30억 싱가포르달러 (약 7백50억달러) 로 급증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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