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인도네시아 관광 헐값 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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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인도네시아의 유명 관광지인 족자카르타 시내의 특급호텔 래디슨. 현대식 객실과 훌륭한 음식.서비스, 컴퓨터가 갖춰진 비즈니스 센터, 헬스장.수영장을 갖춘 이 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아침 식사를 포함해 20달러87센트에 불과하다.

에어컨이 딸린 깨끗한 택시를 타고 3시간동안 시내 관광을 해도 미터기에 찍히는 요금은 불과 2달러31센트. 지난해 여름까지 45달러였던 이 나라 전통 옷감인 바틱의 수제품은 현재 8달러70센트에 팔리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외국인들에게 더 없는 관광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루피아화 가치의 붕괴에 따라 외국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그 어느 때보다 바닥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5월의 심각한 정치적 소요사태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은 좀처럼 인도네시아를 향하지 않고 있다.

호텔은 텅텅 비어 있고 가루다항공을 포함한 이 나라 6개 항공사는 승객 감소로 인해 파산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이 최소한 수 개월간 인도네시아의 심각한 경기침체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66억달러 규모의 관광산업 역시 깊은 수면에 빠져 있다.

족자카르타 래디슨 호텔의 경우 루피아 환율이 달러당 2천4백대 (현재 달러당 1만4천대)에 머물고 있던 지난해 7월 수준에 맞춰 루피아화로 각종 요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달초 1백29개 객실중 손님이 든 객실은 5개에 불과했다.

인도네시아가 안정을 되찾음에 따라 관광객들이 다시 몰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전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5월 정치적 혼란으로 1천2백여명이 사망하는 등 이 나라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인도네시아 여행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홍콩의 경우 모든 인도네시아 관광상품의 판매가 취소됐다, 미국 정부도 지난 15일에야 인도네시아 여행 경보를 철회했다.

인도네시아 관광진흥국의 폰트조 수토우 회장은 "각국이 인도네시아 여행 경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각국의 보험사들도 여행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관광객들도 방문을 더욱 꺼리고 있다" 고 말했다.

최근 자카르타 시내의 고급 호텔도 투숙률이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혼란이 전혀 없었던 발리섬 조차도 투숙률이 30%에 지나지 않는다.

족자카르타의 잘란 티르토디푸란 거리는 각종 기념품을 사기 위한 관광객들로 항상 인파가 붐비던 곳이다.

이 곳에서 전통 공예품을 파는 한 상점 주인 하르노씨는 기자에게 "당신이 지난 한 달간 우리 가게를 찾은 유일한 외국 손님"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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