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주룽지총리 내일 취임100일…개혁채찍 쉼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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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뢰밭이건, 천길나락이건 앞으로 나갈 뿐이다" "옳다면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다.

오직 나라를 위해 죽는 날까지 몸과 마음을 바칠 뿐이다 (義無反顧 鞠躬盡粹 死而後已)" - . 지난 3월17일 비장한 취임사로 중국을 감동시켰던 주룽지 (朱鎔基) 총리가 24일로 취임 1백일을 맞는다.

총리 취임 이후 그의 1백일은 곧 투쟁의 1백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취임후 처음 주재한 3월24일의 국무원 전체회의에서 엄명을 내렸다.

이른바 '공직자 3대 실천강령' 이다.

'국내시찰때 차량은 물론 수행원도 줄여라. 회의를 줄여라. 접대와 연회도 되도록 생략하라' .장관들에게는 '미움사는 것을 두려워말라' 등 5개항도 요구했다.

3월말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 참석차 영국으로 날아가선 생사를 건 중국의 개혁을 세계에 역설했다. 뿐만이 아니다.

그는 19일 또 '혁명적 방침' 을 확정했다.

제2차 국무원 전체회의를 개최한 뒤 정부 각 부문의 직능과 기구.편제를 새로이 정하는 '삼정 (三定)' 방침이 결정돼 이제 곧 실시단계에 돌입하게 됐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삼정방침에 따르면 국무원에 속하던 2백가지의 직능이 기업과 사회조직.지방정부에 이양된다.

또 정부내 1백가지의 직능이 교환.조정되면서 기구의 4분의1에 해당하는 2백개 기구가 폐지된다. 국무원 인원도 47.5%가 감소된다.

한마디로 혁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야심찬 대대적 변화 모색' 이 그가 보여준 1백일이다.

그러나 그의 앞에 놓여 있는 장애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샤강 (下崗 : 정리휴직) 문제다.

기구개혁과 함께 몰아닥친 샤강바람 앞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정처없이 거리를 떠돌고 있다.

샤강당한 1천1백만명중 6백여만명이 새로 일자리를 받았다지만 3년안에 또 1천만명의 샤강 노동자가 생겨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다.

98년 중국의 경제 청사진을 그릴 때 계산에 넣지 않았던 일본의 엔화 평가절하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은 엔화 절하가 위안 (元) 화의 절하→홍콩 페그제 붕괴→홍콩의 일국양제 (一國兩制) 파국으로 이어질까 전전긍긍이다.

이외에도 7월1일부터 실시되는 주택배분제도 폐지의 성공여부, 내수진작을 위해 향후 3년간 매년 2천5백억달러를 조달해야 하는 문제 등 그의 앞엔 적지 않은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워진 목표를 3년안에 달성시키겠다는 각오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백일은 투쟁의 서막에 불과한지 모른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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