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는 게 힘” 유럽 예비 경영진 열공 모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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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장래의 지한파 사업가를 꿈꾸는 유럽 기업의 중견 간부들이 연세대 상남경영관에 모였다. 왼쪽부터 샤르카 티샤(체코), 모데스타 나시우테(리투아니아), 샤를 스탕통(프랑스), 펠릭스 마틴(독일), 니콜라 피카토(프랑스), 엘레나 콜라로바(슬로바키아), 스테파노 디아노(이탈리아), 슈테판 하인츠(독일). 이들은 내년 3월까지 한국의 기업 경영 환경 등에 대해 교육받을 예정이다. [연세대 경영대학 제공]


최근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는 ‘지한파 유럽 비즈니스맨’을 길러 내기 위한 교육 열기가 뜨거웠다. 바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고위 경영자 훈련(ETP코리아) 프로그램이다. 26~37세의 대기업 팀장급 중간관리자이거나 중소기업 임원 11명이 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뛰어난 정보기술(IT)을 배워 유럽에 소개할 생각입니다.”

체코의 무역회사 간부인 샤르카 티샤(37·여)의 말이다. 또 독일 금융업체 알리안츠에 근무하는 슈테판 하인츠(37)는 “아시아 지역에서 위상이 높아지는 한국 금융 시장을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프랑스 자동차 부품회사 발레오에서 일하는 샤를 스탕통(27)은 “현대차 등 한국 기업과 거래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슬로바키아의 화학 기업 두슬로의 엘레나 콜라로바(28·여)도 “동유럽에는 삼성, LG, 현대·기아차그룹 등의 공장이 많아 ‘코리아’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며 “다만 한국이 막연히 지구 반대편에 있다고만 알 뿐 문화 등은 잘 몰랐는데 여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6개월간 이론 교육 등을 받은 뒤 삼성전자·포스코 등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에서 인턴생활을 하면서 현장 감각을 익히게 된다.

연세대 경영대 교수진이 준비한 강좌는 ▶한국의 노사관계 ▶제조·유통전략 ▶기업·소비자 마케팅 등이다. 매일 강도 높은 한국어 교육과 주요 기업 탐방이 이뤄진다. 교육 과정을 총괄하는 박용석(경영학) 교수는 “하루 8시간씩 강도 높은 수업을 받고 있으며, 교육 내용도 구체적이고 실무적으로 짜여 있다”며 “한국을 속속들이 아는, 유럽의 지한파 경영진을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강의를 마치는 11월부터는 기업 인턴으로 활동하게 된다. 스스로 대상 기업을 정한 뒤, 직접 접촉해 과정을 마쳐야 한다. 내년 3월 졸업을 앞두고는 논문을 쓰고 마지막 관문인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된다. 박 교수는 “구체적인 세일즈 방법을 다룬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한국어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 ETP는=EU 집행위원회가 매년 10~15명씩을 선발해 무료로 운영하는 ‘고위 경영자 훈련 프로그램’이다. 일본은 1979년에 시작해 1000명 이상의 지일파 유럽 비즈니스맨을 이미 양성했다. 2002년 한국과 유럽의 교역 규모가 늘면서 ETP코리아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현재 연세대가 이 프로그램의 운영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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