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해운업 진출 … 곧 수출차 운반 전용선 발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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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종합 물류회사인 글로비스가 해운업까지 본격 진출한다. 올 하반기 자동차 운반 전용선 2~3척을 국내 조선업체에 발주해 종합 해운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비스는 이미 자동차 운반 전용 중고선박 3척(차량 4000대 운반선급 2척과 6000대급 1척)을 구입해 다음 달 1일 현대·기아차 수출차 4000대를 첫 운송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의 수출차 운송사업 규모는 연간 8000억~1조원이다.

글로비스는 수출차 운반 사업을 점차 확대해 현대·기아차 수출 물량의 20%를 직접 운송하기로 했다. 또 매년 비중을 10%씩 늘려 2015년까지는 50% 이상을 전담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자동차 해상운송 전담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글로비스는 그간 배를 빌려 선주 역할만 하고 운송은 다른 선사에 맡겨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직접 선박 및 운항관리를 하겠다는 얘기다. 글로비스가 본격적으로 해운업에 진출하는 셈이다.

원래 현대·기아차의 수출차는 2002년까지 전량 현대상선이 맡아왔다. 그러나 고 정몽헌 회장이 이끌던 현대그룹이 자금난을 겪으며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사업과 운반선 40여 척을 해외 업체에 매각했다. 노르웨이의 빌헬름센이 투자한 유코카캐리어스에 지분 80%를 매각했다. 나머지 지분은 현대·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 매각 조건으로 현대·기아차의 수출차 운반은 2009년 말까지 전량 유코카캐리어스가 맡기로 했다. 따라서 글로비스는 내년부터 이런 조건이 풀려 종합해운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글로비스는 원자재 운송 사업도 준비 중이다. 철강석 등 원자재 운송 사업은 ‘해운법’상 관련 계열사에서는 할 수 없다. 정부가 1999년 외환위기 때 어려움에 빠진 해운업체를 살리기 위해 철강업체가 계열사를 통해 직접 원자재를 운반하는 것을 금지했다. 당시 포스코가 해운사를 인수해 철강석 운반을 직접 하려 하자 해운사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비스는 이런 규제가 조만간 풀릴 것으로 보고 원자재 운송사업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비스 관계자는 “내년부터 현대제철의 당진 용광로가 가동됨에 따라 철강석 등 원자재 운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이 사업을 준비 중”이라 고 말했다.

글로비스는 올해 매출 4조2000억원(해외 8000억원 포함)을 바라보고 있다. 2001년 창업 이래 매년 20∼30%씩 고성장을 해와 그룹 신설 계열사 가운데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매출 10조원으로 국내 최대 종합물류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이다.

한편 글로비스는 다음 달 23일 주주총회를 연다. 지난달 27일 신임 대표이사로 발령 난 김경배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위해서다. 김 부사장은 현대차에서 정몽구 회장의 비서실장(전무)을 맡아오다 글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됐다. 이와 함께 글로비스는 이달 초 현대모비스 기획실에서 근무한 정진우(44) 부장을 기획담당 이사로 영입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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