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번지는 멕시코 최악의 산불 중미 환경파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금세기 최악의 멕시코 산불로 엄청난 환경파괴가 계속되고 있다.

멕시코 남부 산악지방인 오악사카.치아파스주를 중심으로 올해초부터 시작된 멕시코 산불이 점점 악화돼 중미 인근국가로까지 번지고 있다.

멕시코에서 산불은 인디오 원주민들의 화전농법 때문에 매년 일어나지만 올해는 엘니뇨로 인한 70년만의 가뭄과 겹치며 지난해보다 5배 이상이나 많은 1만3천여건이나 발생했다.

지금까지 서울시 면적의 7배 가까운 1백10만 에이커 (약 4천4백51㎢) 의 원시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로 인한 연무 (煙霧)가 멕시코 전역뿐만 아니라 미국 텍사스.조지아주를 거쳐 심지어 사우스 다코타.위스콘신 등 북부지역까지 날아가고 있다.

멕시코정부는 미국의 지원까지 얻어 가며 총력적으로 산불끄기에 나섰으나 61명이 숨지는 인명피해만 냈을 뿐 속수무책이다.

특히 독특한 동.식물들로 '생태계의 학습장' 이라 불리는 남부의 아열대 우림 산악지역 '치마팔라스' 의 피해는 심각하다.이 지역은 22종의 생태계와 62종의 희귀 파충류가 보고돼 커다란 생태학적 가치를 지닌 곳. 전문가들은 치마팔라스 지역에 '짖는 원숭이' 나 흑표범 등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이 적어도 1천5백여 종류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치마팔라스 지역의 6분의 1 가량이 타버렸지만 산불을 잡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험악한 지형 때문에 산불이 난 곳까지 접근하는 데만 며칠씩 걸리기 일쑤인 데다 숲이 워낙 울창해 '맞불놓기' 등 전통적인 산불진압방법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헬기를 동원해 공중진화작전을 펼치지만 산불이 지하로 파고들어 나무뿌리를 타고 번지다 보니 이마저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더구나 산불은 나카라과.온두라스.과테말라 등 인근지역으로까지 급속히 번지고 있어 자칫하다가는 올해초 있었던 인도네시아와 아마존의 삼림화재를 능가하는 '환경 대재앙' 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커지고 있다.

과테말라에서는 이미 두 군데의 국립보호지역이 타 버렸으며 니카라과에서는 인디오 원주민들의 식량난이 우려되고 있다.

산불의 최대원인은 화전민들의 토지개간용 불놓기. 인디오 화전민들은 보통 5월 중순께 시작되는 우기에 맞춰 불을 놓지만 올해는 기상이변으로 우기가 늦춰지는 바람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버린 것이다.

여기에 마약재배와 수송로 개척을 위한 방화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심지어 밀림지역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려는 개발업자들의 조직적 방화라는 소문도 있다.

전문가들은 7월에 가서야 이 지역에 큰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예보에 따라 당분간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