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김광규 '서울에서 속초까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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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에서 속초까지 장거리 운전을 할

그를 옆에 태운 채 계속해서

앞만 보고 달려간 것은 잘못이었나

틈틈이 눈을 돌려 북한강과 설악산을

배경으로

그를 바라보아야 했을 것을

침묵은 결코 미덕은 아닌데…

긴 세월 함께 살면서도 그와

많은 이야기 나누지 못한 것은 잘못이었다.

- 김광규 (金光圭.57) '서울에서 속초까지' 중

저 60년대 수도 서울의 균형잡힌 인문적인 우수를 어깨에 달고 나온 젊은 시인이었다. 그의 시는 늘 정직한 대화체 혹은 독백이기도 할 만큼 메타포를 피하고 있다. 시가 삶 자체의 친화다.

그는 거짓은 예술적인 거짓도 사절하는지 몰라. 그럴진대 허구를 어떻게 할까. 여기 부부동반의 장거리 여행에서 새삼 서로 주고받는 말과 나날의 소중함을 이토록 가슴 쓰리게 꽃피워 놓다니….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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