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건축학과 1일 대학생 김신석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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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씨는 김신석군에게 “내년에는 교수와 학생이 가족처럼 생활하는 한양대 건축과에 꼭 합격하라”고 격려했다. 전영기 기자 ykooo@joongang.co.kr

한양대 건축학과 1일 대학생 김신석군
건축=종합학문? 예술적 소양도 길러야

학생들의 대학 선택에 도움을 주고 학습 동기를 자극하기 위해 기획된 1일 대학생 되기의 열 번째 주인공은 김신석(19·재수생)군. 한양대 건축학과 1일 대학생이 돼 재미있고도 고달픈 공대생의 하루를 경험했다.

“예비 신입생이 왔네. 어서 와요.” 김군을 반갑게 맞이한 사람은 다름 아닌 건축학과 한동수 교수. 그는 손수 차를 내어 주며 건축학과 자랑을 시작했다.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는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는 국내 대학에서 제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현재 건축계에는 한양대 출신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는 현재 공과대학에 소속돼 있다. 건축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은 지원 시건축공학부와 건축학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4년제인 건축공학부는 구조나 설비·시공·재료 등에 대한 공부를 주로 한다. 졸업 후 건설현장 등에 취직한다. 5년제인 건축학부는 제도나 도면 그리기 등 설계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다. 건축이론과 역사에 대해서도 가르친다. 건축학부 졸업생은 설계사무소에 취직하거나 건축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축역사를 가르치는 한 교수는 “건축과에 가려면 수학·과학만 잘하면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건축학은 종합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공학적 자질은 물론 인문학과 예술적 소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군에게 한양대 건축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스케치북을 선물로 주며 “틈틈이 머릿속의 생각을 종이에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소설을 읽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집을 상상해서 그려보거나 라디오를 들으며 대화가 진행되는 장소를 추측해 그려보는 것도 창의력과 표현력을 길러주는 좋은 방법이다.
 
한 교수와의 면담을 끝난 뒤 김군은 홍보대사 이은(21·건축학부3)씨와 함께 캠퍼스 투어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건축과 스튜디오. 설계 프로젝트를 하는 건축과 학생들을 위한 작업공간인 이곳에는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과 세면도구, 과자봉지들로 가득했다. 이씨는 한 켠에 마련된 간이침대를 가리키며 “건축과 학생들은 이곳에서 먹고 자면서 설계 작품을 만든다”며 “건축과에 들어오려면 강인한 체력과 생활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내친 김에 김군은 스튜디오에서 작업중인 학생들을 도와 톱질과 본드 칠도 해봤다. 학생들이 “와, 공돌이 기질이 있는데?”라며 칭찬해주자 김군은 “이 정도는 기본이죠”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공부하는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 찬 도서관까지 둘러 본 두 학생은 한 교수와 점심식사를 했다. 초등학교 때 3년 정도를 중국에서 공부한 김군은 교환학생 제도에 대해 질문했다. 한양대는 국립 싱가포르대에 매년 10명 정도의 교환학생을 보낸다. 이외에도 중국, 대만 등과도 자매결연을 맺어 재학생들을 해외로 보내는가 하면 학술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 한 교수는 “신석이는 중국어를 잘하니 입학 후 중국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갈 때 매우 유리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군이 “경영학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하자 한 교수는 “공학도를 위한 경영학 수업 등이 개설돼있으니 참고하라”고 알려줬다. 요즘은 공대생들의 연구결과를 실제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대생들에게도 경영학이나 금융학 같은 과목들을 가르치는 추세다. 한양대의 경우 건축경영과 같은 과목이 개설돼 있어 실용적인 학문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두 학생은 ‘설계 크리틱(Critic)’ 수업을 들었다.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수업은 학생들이 각자 작품의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설계 작품을 만들어 발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백의 미를 살린 건축, 점·선·면의 기하학적 특성을 활용한 전시관 등 기발하고 독특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작품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교수들의 비판은 매우 신랄했다. 건축물의 용도에 맞게 제대로 만들었는지, 실용적인 측면보다 디자인에만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지고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김군은 “교수와 학생이 평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수업을 하니 박진감이 넘치는것 같았다”며 “더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에는 꼭 한양대에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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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신청=02-6262-5630, sweetycarol@joongang.co.kr (이름·지망대학 기재)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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