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성교육 "아하, 그렇구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 16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중학교를 찾아간 ‘탁틴스쿨 와~’에서 아이들이 태아의 성장과정에 대한 강사의 설명에 귀기울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자, '성'하면 뭐가 생각나죠?"

"남자.여자요." "에스이엑스(SEX)요."(웃음)

"에스이엑스가 무슨 뜻인데요?"

"짝짓기요." "성관계요."

"여러분은 성관계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고 싶어요? "

"고등학교 졸업한 다음에 집에서 강동원 같은 남자랑 잘~이요."(웃음)

1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중학교 운동장. 산뜻하게 개조한 45인승 버스 안에서 남녀 중학생 30여명이 눈을 반짝이며 강의에 빠져 있었다. 콘돔을 만져보고 "미끌미끌하다"며 신기해하기도 했다.'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가 운영하는 '탁틴스쿨 와~'의 탁 트인 성교육 현장이다. 이날은 덕양중 1.2학년 총 4개반이 한시간씩 수업에 참여했다.

"버스 안이라는 밀폐된 공간이라서 그런지 아이들도 훨씬 솔직해져요. 고등학생 중엔 자신의 성관계 경험을 약간 과시하듯 얘기하면서 노골적인 질문을 하는 아이들도 꽤 있죠."

미혼인 강사 조승희(26) 팀장은 "호기심의 표현방법이나 성 지식 수준이 기성세대와 많이 달라졌다"며 "특히 두메산골 아이들의 경우엔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탁틴스쿨의 생생한 시청각 자료들에 시간 가는 줄 몰라 한다"고 말했다.

탁틴스쿨은 주로 농어촌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읍.면 이하 단위 지역을 찾아다니는 '움직이는 성교육 전시관'. 2002년 6월 시동을 건 이래 지난해에만 전국 161개 초.중.고교 및 기관에서 3만2000여명의 아이를 태웠다. 정문으로 버스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게 원칙이다.

운전석과 보조석만 제외하고 의자를 없앤 버스의 한쪽 벽엔 간이 전시대가 마련돼 있다. 낙태에 사용되는 각종 의료기구와 피임기구, 남녀 생식기 모형과 태아의 성장과정을 볼 수 있는 임신부 모형 등 생생한 성교육 자료들이 놓여 있다. 전동모터를 이용해 산모가 체험하는 태동을 맛볼 수 있도록 만든 임신부 인형, 실제 아기와 똑같은 몸무게에 꿈틀대는 느낌을 주는 신생아 인형은 가장 인기있는 전시품이다. 맞은편 벽엔 '자위행위할 때의 에티켓'등의 안내 지침을 담은 차트들이 걸려 있고, 애니메이션과 스타 인터뷰 등을 이용해 수정.키스 등에 관해 설명하는 영상물도 수업 중 2~3편 상영한다.

한번 출동하면 대개 1교시에 한 학급 30여명씩 4교시 수업을 한다. 주로 지역 청소년상담실이나 시.구 단위로 신청을 받는다. 읍.면 단위 학교가 개별적으로 신청하는 경우엔 무료다. 조 팀장은 "매년 고정적으로 신청하는 학교는 늘고 있는데 버스는 한대뿐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반기 신청은 8월 20일부터 홈페이지(www.tacteen.net)를 통해 선착순으로 받을 예정.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청소년들의 경우 신촌의 내일여성센터 상설 전시관(02-338-7480)을 이용할 수 있다. 가족 단위로도 이용할 수 있지만 예약해야 한다.

"나는 2억분의1의 확률로 태어난 단 하나 뿐인 존재입니다."

아이들은 애니메이션 마지막 자막에 흐르는 글귀를 큰 소리로 함께 읽으며 아쉬운 듯 수업을 마쳤다. 성교육의 시작과 종착점은 하나, 즉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아닐까.

김정수 기자<newslady@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