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금융위기로 불안한 동유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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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90년대초 탈 (脫) 공산화 이후 러시아의 경제적.정치적 영향권에서 벗어나 '떠오르는 시장' 으로 각광받던 헝가리.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경제위기로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가가 떨어지는 등 이미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경제기반마저 취약한 실정이어서 인접한 러시아의 경제위기에 곧바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는 폴란드.루마니아 등의 증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모스크바 외환위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팔자 주문이 쏟아져 폴란드 바르샤바의 WIG지수가 지난달 22일 이후 7%가량 떨어졌고 헝가리와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의 증시가 일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동유럽 국가의 화폐가치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5월초 자국 화폐 즐로티의 안정을 위해 시장개입에 나섰으나 이후 3%포인트 다시 하락했으며 헝가리.체코.루마니아 등 전 동유럽 국가들의 화폐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루마니아는 경제력이 더욱 취약해 지난달 20일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가 신용등급을 'BB' 에서 'B' 로 하향조정했고 기업도산으로 실업률도 9%대로 치솟았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통화가치 평가절하 압력이 거세진데다 러시아의 금리인상 등에 자극받아 지난달 21일 금리를 연 50%로 올렸다. 특히 슬로바키아.불가리아.루마니아 등은 경상수지적자 심화, 고정환율제 고수, 금융기관의 부실여신 누적, 과다한 단기외채 등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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