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보호법]'불법' 업주의 항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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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청소년보호법 시행 초기엔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손님 받았는데 결국 나만 손해더군요. " 서울 지하철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부근에서 소주방을 운영하는 李모 (27) 씨는 이런 푸념으로 말문을 열었다.

"짙은 화장에 사복을 입었어도 척보면 10대인지 알 수 있다" 는 李씨는 "솔직히 애들한테 술.담배 판다는 게 좀 꺼림칙하지만 법대로 하겠다고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랬다가는 애들 사이에 소문이 퍼져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고 말했다.

청소년보호법이 시행된 직후 이 일대 청소년 손님이 다소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이후 손님이 감소한 건 국제통화기금 (IMF) 여파 때문이지 청소년보호법과 무관하다는 게 李씨의 설명. 李씨의 불만은 단속공무원들이 '탈법의 온상' 인 대형업소는 외면하고 자신의 업소처럼 영세한 이른바 '잔챙이' 만 건드리는 것. 지난달에 있었던 경찰의 일제단속 때도 부근의 '청소년 전용' 록카페는 적발되기는커녕 문을 잠가 놓고 오전4시까지 영업했다고 한다.

'청소년 해방구' 로 불리는 이곳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李씨의 말에 청소년보호법은 남의 나라 얘기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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